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주도하는 반(反)부패 개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카지노의 수도'인 마카오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마카오 행정 당국은 지난달 마카오의 도박 산업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6% 감소한 30억 3천만 달러(약 3조 4천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고 마카오일보(澳門日報)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언론이 4일 보도했다.
이는 2012년 9월 이후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언론이 전했다. 마카오의 도박 산업 수입은 지난 6월 3.7% 줄어든 이후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도박 수입 감소로 마카오의 3분기 경제성장률(GDP)은 2.1% 줄어 2009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마카오의 도박 수입이 급감한 것은 중국 당국의 반부패 정책 여파로 도박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2012년 집권 이후 강력하게 추진한 반부패 정책이 장기화하면서 마카오 카지노의 VIP 고객인 중국 관리들이 대거 낙마한데다 '살아남은' 관리들도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카지노 출입을 삼가는 점도 마카오 카지노 시장 위축과 관련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페이(李飛) 홍콩·마카오 기본법위원회 주임은 3일 마카오에서 열린 포럼에서 "도박 산업의 독점은 마카오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마카오에 카지노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리 주임은 "국가 전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마카오의 이익을 판단할 때 자체적인 경제 성장과 세수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며, 국가 전체의 사회·경제적 안정성과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며 도박 산업에 치중된 수익원을 다양화하라고 요구했다. 리 주임의 발언 이후 3일 마카오 내 카지노 기업의 주가는 최고 6%가량 급락했다.
마카오가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이달 행정법무사장과 경제재정사장 등 장관급 각료 5명 전원을 교체하는 등 1999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폭 개각을 단행했지만, 중국 당국이 반부패 개혁을 우선시하고 있어 마카오의 경제 둔화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스탠더드&푸어스(S&P)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반부패 개혁 여파가 상당기간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고객의 감소와 호주 내 카지노 건립 증가로 카지노 업계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