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이 시행하고 있는 한국 경륜은 요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올해로 경륜 국내 시행 20년을 맞아 새로운 한 세대를 준비해야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와 함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 훌륭한 시설 여건을 가진 한국 경륜이 벤치마칭할 만한 곳이 바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홍콩의 샤틴 경마장이다. 홍콩 경마는 2013∼14시즌 매출 1,018억3,800만 홍콩달러(13조4,233억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총 관람객 수는 2년 연속 2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1,000억 홍콩달러를 넘긴 역대 최고 매출 경신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베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젊은 고객들의 사교장 ‘레스토랑 존’
샤틴 경마장에 들어서자 산뜻한 잔디 주로와 세계 최고 수준의 쾌적한 관람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젊은 고객층을 잡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는 경륜팬의 고령화가 심화되는 반면 새로운 젊은팬의 부재로 매출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경륜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홍콩 샤틴 경마장은 젊은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25∼40세 경마팬을 위한 ‘레스토랑 존’을 설치했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바ㆍ식당ㆍ커피숍을 겸하는 이곳은 훈남훈녀들이 넘쳐나는 사교장 분위기다. 곳곳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젊은 경마팬들은 맥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지인들과 함께 레이스를 즐기다 응원하는 말이 이기면 춤도 추는 등 전형적인 파티의 현장이다. 기수 복장을 한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뛰어난 시설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광명스피돔도 단순히 베팅만 하는 곳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스포츠 레저와 문화 예술을 즐기는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경륜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최신 IT기술 접목한 ‘레이싱 터치 테이블’
젊은층이 선호하는 태블릿 PC를 활용한 ‘레이싱 터치 테이블’도 눈길을 끈다. 말과 기수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함께 자연스레 ‘인터넷 베팅’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서는 ‘인터넷 베팅’을 규제하고 있다. 베팅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 도박 중독을 양산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경마 측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인터넷 베팅’은 시행체나 정부가 베팅하는 사람을 관리하기 좋은 방법이라는 게 주요 골자. 오프라인에서는 누가 얼마를 베팅하는지 알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게 홍콩 경마 측 설명이다.
한국 경륜도 건전성 제고 측면에서 태블릿 PC를 활용한 정보 제공과 베팅 도입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아
홍콩에서 경마는 국민적 레저스포츠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샤틴 경마장을 찾은 고객들을 살펴보면, 가방을 둘러맨 남녀대학생부터 넥타이를 맨 회사원,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와 소액권 지폐 한 두 장을 들고 베팅을 즐기는 백발의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어울려 레이스를 즐기고 있다. 경마 경주를 공중파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홍콩의 현실에서 홍콩인들에게 경마 베팅은 일상에서 언제든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민 스포츠이자 오락처럼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는 홍콩자키클럽이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홍콩자키클럽은 홍콩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해양공원을 매입해 운영하는 등 경마수익금의 사회 환원에 진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경마팬은 “경마를 통해 조성된 기금이 사회복지에 쓰이는 것을 알기에, 베팅에 실패하더라도 레저 스포츠를 통한 사회기부활동에 참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샤틴 경마장에서 엘리자베스여왕배 등 국제경마가 열리는 날에는 3만 관객이 홍콩국기를 들고 자국 경주마를 열렬히 응원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광경이 펼쳐진다는 게 이곳 경마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처럼 홍콩 샤틴 경마장이 보여준 젊은 고객 유입을 위한 노력과 최신 IT기술을 접목한 경주설명 및 건전성 제고 노력, 수익금의 사회 환원을 통한 국민적 지지 확보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한국 경륜이 주목해야 할 지향점으로 보였다.
홍콩=홍성필기자 spho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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