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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수익성 따지지만 결국은 官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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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수익성 따지지만 결국은 官의 갑질

입력
2014.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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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를 주관하는 서울연극협회가 지난달 1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관을 불허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 제공
서울연극제를 주관하는 서울연극협회가 지난달 1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관을 불허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서울연극협회 제공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14일 한국공연예술센터(한팩)가 ‘2015년 제36회 서울연극제’를 정기대관 공모에서 탈락시키며 불거진 대학로의 갈등과 반목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연극제 주최 측(서울연극협회)의 부실한 서류 제출 ▦최근 1, 2년간 연극제 성과 미미 ▦올해 연극제 기간 중 허가 받지 않은 성금모금 행사 등 크게 세 가지다. 한팩은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쟁점을 대관 탈락 사유로 밝혔고, 협회는 성금모금행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감정의 골이 대관 불허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한팩의 논리에 구멍이 많다. 한팩은 협회의 부실한 서류가 대관 탈락의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지만 35년간 비슷한 형식ㆍ내용으로 서류를 제출했던 협회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관행이라는 것은 어찌되었든 양쪽이 합의했던 사안이라는 의미다. “그간의 관행이 어떻든 올해부터 엄정히 대관 심사를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그래서 부득이하게 양쪽의 합의를 깨야 했다면, 상대방에게 그 변화를 알리는 게 순서다. 관행은 같이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연극협회에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대관 심사권을 쥔 한팩의 갑(甲)질로 비친다.

연극제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한팩 관계자는 “연극제의 유료관객 비중이 낮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한팩이 연극제를 수익모델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공공재원이 투입됐으니 무조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산업개발시대의 후진적 논리, 연극제를 순수한 축제로 즐기지 못하는 관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문화강국이라 불리는 국가는 단순한 ‘주판알 튕기기’로 축제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는다. 한팩이 연극제의 의미에 대해 자문해봐야 할 지점이다.

결국 성금모금 행사가 남는다. 한팩은 “대관 탈락과 모금 행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의 대처를 보면 이 역시 의문이 든다. 지난달 대관이 불허된 직후 협회는 “당시(올해 5월)에는 허가 받지 않은 모금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몰랐고, 차후 관객 중 한 명이 모금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팩 측에 사과했다”고 주장했는데 한팩은 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느라 열을 올렸다. 모금 행사로 인한 앙금이 남아 있지 않다면 불필요한 반박이었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4일 ‘서울연극제지키기 시민운동본부(시민운동본부)’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인 궐기대회를 열었다. 앞서 2일에는 대학로 상인회 일동이 시민운동본부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극인과 시민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논란이 터진 직후 유인화 한팩 센터장은 기자에게 전화해 “연극제는 어떻게든 열려야죠”라고 말했다. 기자가 아니라 엄동설한 거리에 나선 시민들에게 해줘야 할 말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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