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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부동산 침체… 전세금 굴릴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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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부동산 침체… 전세금 굴릴 데가 없다

입력
2014.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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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전세 늘며 불안심리도 영향… 비정규직·1, 2인 가구 증가로 가속화

부동산은 투자의 대명사였다.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집값이 뛰던 시절의 얘기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인 시대가 됐다. 이제 부동산 투자는 다른 의미로 통한다. 매매가 아닌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임대 방식은 전세와 월세 두 가지가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전세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임대와는 거리가 있다. 전세보증금을 통해 확실한 수익을 내는 것은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 후 이자를 받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외 임대시장에서 전세와 같은 제도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임대시장에 유독 전세가 많았던 이유는 전세보증금을 통해 또 다른 부동산 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월세를 받는 것보다 전세보증금을 굴려 더 큰 수익을 도모할 수 있었단 얘기다.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은 이처럼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꾀하는 부동산 투자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주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본의 아니게 주택을 계속 보유하게 된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월세 전환에 나서고 있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변수가 더해졌다. 저금리다. 은행 예금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면서 금리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월세의 매력이 더욱 빠른 속도로 부각된 것이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집값이 안정화되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전세가 축소되고 월세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경제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시장의 불안이 빠른 월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깡통전세가 늘어나면서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월세가 낫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2~3년 전부터 월세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해마다 10% 이상씩 오르는 전세금을 무턱대고 올려주느니 일부를 월세로 돌리자는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경제적인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결과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1~2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부담할 금전적 여유가 많지 않은 데다, 잦은 이사 탓에 월세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실제 2012년 통계청의 가계복지조사 결과 월세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중은 34%, 2인 가구는 24%로 나타난 반면 전세 가구의 경우 3~4인 이상 가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이 같은 월세 전환을 주택시장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만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세금을 올려줄 수 없는 세입자들이 차례로 월세 시장에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비정규직 증가 등에 따른 장기적인 실질국민소득의 정체로 인해 전세 제도가 위기를 맞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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