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전제덕·기타 박주원·여성 싱어송라이터 말로
"각자 음악과 또 다른 느낌 기대를" 26일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한국의 재즈 팬들이 기대할만한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고 있다. 싱어송라이터 말로,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과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한 무대에 선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들이자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들이기에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박주원은 2009년 데뷔음반 '집시의 시간'을 내놓으면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흔히 조용할 것으로 생각되는 어쿠스틱 기타 단 한 대만을 이용한 음악이지만 그의 연주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나이트 인 캄프 누' '엘 클라시코' '캡틴 No. 7' 등의 곡 제목은 그가 바르셀로나와 박지성 등 축구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전제덕은 한국에서 하모니카를 전면에 내세운 유일한 연주자다. 태어나자마자 시력을 잃었다는 점 때문에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독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연주자가 없다. 팬들은 그를 가리켜 '하모니카란 악기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는 "다른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두드러지지 않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말로는 최근 6집 앨범 '겨울, 그리고 봄'을 발매했기에 이번 공연에도 몇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드문 재즈 싱어송라이터다. “좋은 재즈 스탠더드(원곡)들이 많으니 굳이 새로운 곡을 쓸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그는 곡을 쓴다. “영어 가사로 노래해도 좋지만 한국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언어의 장벽이 생기잖아요. 제 마음 속에 있는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고 그래서 새 곡을 자꾸 쓰게 되더라고요.”
세 사람의 협연이 완전히 처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앨범에 자주 참여하다 보니 각자의 음악에도 익숙하다. 전제덕은 2003년 말로의 '벚꽃 지다'에 참여해 처음 이름을 알렸으며 2009년에 나온 말로의 5집 '디스 모먼트'는 사실상 박주원과의 듀엣 앨범이다. 박주원은 전제덕 3집 '항해'에, 전제덕은 박주원 2집 '마노슈 왈츠'에 참여했다. 서로의 조력이 없으면 음반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세 사람이 독자적인 음악가로서 기획공연을 함께 준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즈 음악가라는 범주로 묶이기는 하지만 서로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볼거리다. 전제덕은 “서로 맞춰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음악을 준비 중이기에 각자 하는 음악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원은 “함께 공연했을 때 좋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대해 세 사람이 동의를 해야 그게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음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즉흥 연주가 매력인 재즈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박주원은 “사람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연주자들의 즉흥 연주를 보고 감탄하지만, 사실 그 정도로 훌륭한 음악을 하고 있음에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말로는 “주류 대중음악계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정된 퍼포먼스를 내놓고 음악 외적인 요소에 집중하다 보니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재즈 연주자들의 성공은 '음악 자체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로가 “재즈 음악만을 틀어주는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충분한 조명을 받는다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재즈라는 측면에서는 슈퍼스타로 볼 수 있는 세 사람의 공동공연 ‘패션, 그레이스 앤드 파이어’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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