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실종은 살해보다 더 잔혹한 범죄다. 그 때의 빈 자리는 남은 자의 형틀이 된다. 완전한 체념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완벽한 체념이란 마지막 숨을 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부재와 상실은 그래서 다르다.
저 멕시코 여인의 티셔츠에 새겨진 글귀는 “너를 찾을 때까지 찾겠다”는 의미다. 그는 실종된 손자를 찾고 있다. 손자의 시신 아니 흔적이라고 해야 할지 모른다. 2006년 대선 이후 실종자가 정부 공식 집계로 2만 2,300여명. 대부분 지난 9월 이괄라 시에서 납치 살해된 대학생 43명과 유사한 정황 속에 사라져버린 이들이다. 그의 손자도 그 중 한 명일 것이다.
그가 찾는 것은 상실을 수용하기 위한 부재의 흔적이고 부재의 진실이지만, 먼저 함께 걸어줄 친구일지 모른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이괄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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