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가 좀체 허용하지 않는 말 두 가지가 있다. “모른다”와 “못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우리는 쉽게 모른다는 말을 못한다. 군대처럼 못한다는 말을 몰라야 오히려 생활이 편한 곳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특정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모른다는 말을 하면 “넌 그것도 몰라?”라고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몰라도 웬만큼은 아는 척 조용히 있어야 한다. 못해도 남들만큼은 하는 척 조용히 있어야 한다. 이런 침묵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간이라도 가려면 감히 몰라서도 안 되고 대놓고 못해서도 안 된다.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이들 틈에서 위축되지 않을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모르지만 완전히 모르지는 않은 채, 못하지만 또 아주 못하지만은 않은 채 살아가는 것이다.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할 때, ‘보이는 나’는 떳떳할지 모르지만 그런 나 자신을 ‘보는 나’는 쪼그라든다. 그러므로 모른다와 못한다는 말이 사람의 입에서 힘겹게 튀어나올 때 용기 또한 발현되는 것이다.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체하는 것, 모른다는 말을 섣불리 못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모르는 나를, 못하는 나를 가슴 깊숙이 숨기고 침묵했다. 순간은 무사히 흘렀지만 남은 건 조금 더 비겁해진 나 자신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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