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정윤회 게이트 축소 말아야" 국회 운영위 소집 촉구 등 대여 공세
여당은 말 아끼며 특검 요구 일축, 예산안 극적 처리에도 곳곳에 암운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2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며 연말 정국의 큰 고비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청와대의 정윤회씨 동향보고서 논란과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메가톤급 이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여의도 정가엔 연말 대치정국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블랙홀이 되버린 정윤회 논란
예산안 처리 마무리와 함께 야당은 정윤회씨 동향보고서 논란을 현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우윤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국회가 끝난 즉시 '정윤회 게이트'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실규명이 중요하다"며 "문제의 본질은 문건유출이 아니라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일인데도 청와대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정인과 비선라인의 농단 의혹을 문건유출 파동으로 축소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인 박범계 의원도 이날 조사단 차원의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에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정윤회씨를) 2003년, 2004년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했다. (정씨를)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씨는 이 비서관과 소통하고 있었다. 위증의 혐의가 여실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정씨를 겨냥해서도 "이 모든 조작의 주범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라인으로 지목해서 단정했다. 비선실세가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의 최강 민정라인을 범죄집단으로 낙인 찍고 경고를 보낸 꼴"이라며 "이 정도 되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운영위 소집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 진상조사단 차원에서 관련 의혹 수집 및 사실확인 작업을 벌이면서 대대적인 대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이번 사건이 점점 십상시(十賞侍) 게이트로 가고 있는 느낌”이라며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논란 확산 차단 차원에서 말을 아끼면서도 청와대 내부의 문서 유출 문제로 초점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면서 "검찰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한 점 의혹도 남김없이 수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먼저"라고 일축했고, 국조 요구에 대해서는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거부했다.
사자방 국정조사와 공무원 개혁
여당이 정권 차원에서 승부수를 걸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도 대치정국의 불씨다. 이미 관련 법안이 지난달 말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퇴짜를 맞으면서 험로를 예고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연말 처리가 힘들 경우 데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내년 상반기 처리도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자방 국조 문제 역시 야당 내부에서 '정윤회 문건' 논란 국조와 연계할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연말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여야간 이견이 큰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문제까지 불길이 번질 경우 연말 임시국회는 예산정국 이상의 전쟁터로 변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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