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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의 모순' 빠진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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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의 모순' 빠진 한국 경제

입력
2014.1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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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는 주주 배당 장려

금융권엔 "배당 낮춰라" 압박

한국 배당 국제수준보다 훨씬 낮아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의 기본권리인 배당을 둘러싸고 정부 정책간 혼선이 심화되고 있다.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팀의 경제정책)의 배당 장려 정책에도 불구, 금융권에선 올해도 배당을 낮추라는 당국의 압박이 거세다. 국내 주주를 향한 배당엔 너그러우면서도 외국인에겐 엄격한 ‘배당 민족주의’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그때마다 다르다’는 식의 애매한 정부 입장을 두고 전문가들은 “명확한 원칙을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국제 평균보다 배당에 훨씬 인색한 편이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국내 코스피 기업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 비율)은 14%로, 45개국 MSCI 기업 평균(45%)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배당금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배당수익률 역시 국내기업(1.02%)이 신흥국 기업(2.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투자활성화 차원의 배당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거래소 배당지수펀드를 개편하고, 배당결의 주주총회 보고를 의무화 하는가 하면 일정 수준의 배당을 하지 않으면 벌칙성 세금(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매기겠다고 할 정도다. 모두 기업들에게 ‘배당을 더 하라’는 정책들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해마다 금융사들의 배당 규모를 찍어 누르는 정반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성향은 제조업 평균에 비해 훨씬 높은 편. 2010~2013년 사이 KBㆍ신한ㆍ하나금융지주는 최고 14~20.5%의 배당성향을 나타냈지만 이마저도 당국의 “건전성을 먼저 챙기라”는 압박에 원래 계획을 크게 낮춘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을수록 당국의 압박은 강해진다. 100% 외국계인 한국씨티금융지주와 SC금융지주의 2010~2013년 사이 최고 배당성향은 각각 39.0%, 83.8%에 달했는데 매년 배당시즌마다 당국과의 기싸움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다분히 ‘국부유출’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에 기댄 정서법적 잣대의 결과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 배당정책에 우선 명확한 원칙부터 세울 것을 주문한다. 이태경 현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어디까지가 가능한 배당 범위이고 아닌지를 합리적인 기준에 맞춰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처럼 자회사인 은행보다 지주사의 자본적정성 등을 평가해 배당을 허용할 지 말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리한 국적차별은 금융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을 지향한다면 더 이상 대주주가 누구인지를 따져 묻거나 대주주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배당을 제한해야 한다는 식의 민족주의적 논리도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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