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울주 천전리 암각화의 비밀
먼 옛날 고래가 뛰어 놀았다는 울산을 찾으면 널리 알려진 반구대 암각화 옆으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에 자리한 국보 147호 천전리각석(川前里刻石)을 만날 수 있다. 가로 10m, 높이 3m 바위에 새겨진 여러 문양들은 제사문화의 선사시대부터 화랑들이 심신을 단련하던 신라시대 생활상을 나름 선명하게 보여준다. 2단으로 나뉜 각석 윗부분은 기하학적인 무늬와 동물들이 쪼아 새겨져 있고 하단은 기마행렬도 등 그림과 글씨들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각석은 서석(書石)이라고도 불리는데, 아랫단 중앙부분에 펼쳐진 서책 형태에 담긴 전설 때문이다. 14년의 시차를 두고 새겨진 글씨는 신라 법흥왕의 동생이었던 사부지갈문왕이 누이 어사추여랑과 혼인을 약속하고 새긴 오른편 원명(原銘)과 둘의 사망 이후, 약속과 달리 정작 아내가 된 지소부인이 남겼다는 왼쪽 추명(追銘)으로 남아 있다. 지소부인은 바로 법흥왕의 딸이었으니 갈문왕은 누이와는 혼인 약속을, 조카와는 결혼에 이른 셈이다. 당시는 왕실 혈통보존을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었고 그 후대가 신라 영토를 크게 넓힌 진흥왕이다.
왕태석기자 kin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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