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추적을 피해 시리아에서 반세기 넘게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진 나치 전범 알로이스 브루너가 시리아에서 사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나치전범 추적기관 ‘시몬비젠탈센터’는 “중동을 담당했던 믿을 만한 소식통인 전 독일 정보당국자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다”며 “브루너가 2010년쯤 사망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모처에 묻혔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브루너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 당시 나치친위대 장교로 유대인 수백만명을 체포ㆍ살해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측근이었다. 브루너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한 1933년부터 ‘유태인추방본부’에서 일하며 유대인 12만8,000여명을 체포해 사지로 내몰았다. 시몬비젠탈센터의 주로프 소장은 “브루너는 오스트리아(4만7,000명), 그리스(4만4,000명), 프랑스(2만3,500명), 슬로바키아(1만4,000명) 등 유럽 각국에 살던 유대인을 체포해 가스실이 기다리는 강제수용소로 압송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시리아로 도망해 ‘게오르그 피셔’라는 가명으로 숨어 지내고, 하페즈 알 아사드 당시 대통령을 보좌하며 시리아 정부에 고문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체포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미국과 유럽이 시리아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 주로프 소장은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1961년과 1980년 두 차례 브루너를 암살하려 시도했으나 빗나갔다”고 말했다.
시몬비젠탈센터는 그를 일급 수배범으로 지정하고 추적해 왔으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올 4월부터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가 생존했다면 올해 102세로 가능성이 높지만, 그의 죽음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는 않아 그의 생사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주로프 소장은 “시리아가 내전 중이라 브루너가 매장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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