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양해운의 3대 축은 아시아-미주, 미주-유럽, 아시아-유럽 항로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직행하는 게 아니라, 완행버스처럼 수많은 나라의 주요 항구에 들러 화물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운항한다. 부산항을 출발하는 유럽항로의 경우, 상하이와 홍콩, 싱가포르와 자카르타를 거쳐 인도양을 돌아 뭄바이 찍고 로테르담으로 가는 식이다. 유럽항로는 통상 70일 이상, 상하이를 출발해 부산 찍고 로스앤젤레스 가는 미주항로는 왕복 30일 이상 대양을 누비게 된다.
▦ 컨테이너선의 운항 선원수는 생각보다 적다. 갑판 크기만 축구장 3개 넓이 정도 되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이라고 해야 20명 안쪽에 불과하다. 항구마다 화물 선적과 하역이 완전 기계화되어 항해와 기관 전문가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대형 컨테이너선을 타고 대양에 나가보면 마치 적막한 섬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유유히 대양을 항해할 때 정작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건 육지의 해운선사 사무실이다. 비싼 기름 태우며 수십 일씩 거대한 배를 띄우고도 적정 화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따라서 어떤 항구에서 컨테이너 2,000개를 하역한다면, 거기서 운항일정에 맞춰 남은 여정으로 향하는 새 화물을 새로 확보해야 하며, 그런 식으로 화물운송 계획이 전세계의 수십 개 주요 항로, 항구 별로 빈틈없이 짜여야 한다. 육지의 사무실이야말로 해운선사 간 진정한 실적싸움이 벌어지는 거친 바다인 셈이다.
▦ 요즘엔 세계 주요 해운선사 간 합종연횡이 긴박하다. 수송능력과 운항스케줄 협력, 연료 공동구매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영업경쟁에서 승리하려는 목적이다. 내년 1월엔 세계 1, 2위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 ‘2M’이 출범한다. 이어 3위인 프랑스 CMA-CGM과 중국의 차이나시핑(CSCL) 등이 손잡은 ‘오션3’도 활동을 개시한다. 국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세계 4대 해운동맹에 들어가는 ‘CKYHE’와 ‘G6’에 각각 소속돼 대응에 부심하고 있지만, 근년의 불황에 고전하는 양상이다. 덴마크와 중국 등의 필사적인 해운업 육성책을 감안해 우리도 해운강국의 지위를 잃지 않도록 적극적 정책대응을 서두를 때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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