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세희
“모든 레퍼토리를 현대곡으로 구성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에요.”
피아니스트 김세희(44)씨는 인디애나대 등 미국 유학 생활을 끝내고 2003년 돌아온 뒤 1년에 적어도 한 차례는 독주회를 하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가 이번에는 현대음악만을 선보인다. 13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여는 ‘뉴 디렉션스(New Directions)’다.
그는 이제껏 고전주의ㆍ낭만주의 작품 위주로 공연하면서 현대곡을 한 곡 정도 포함시켰다. 그 같은 원칙을 처음 깬 것은 3월 일신홀에서 연 ‘사운드 인카운터(Sound Encounter)’ 공연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조지 크럼의 ‘매크로 코스모스(Macro Cosmos)’, 헨리 코웰의 ‘세 개의 아일랜드 전설’, 존 케이지의 ‘소나타 인터루드(Sonata Interlude)’ 등 10곡을 연주했다. 건반을 팔뚝으로 치는 음괴(音塊ㆍtone cluster) 주법 등 피아노란 악기의 통념을 깼다. 이날 공연을 위해 철물점을 뒤져 갖가지 형태의 재료를 모으고 두 시간 동안 꼼꼼히 장치했다. 공연을 끝낸 뒤에는 호기심에 찬 관객들을 피아노 앞으로 불러 그 장치를 다 보여줬다. 경이 혹은 낯섦의 시선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뉴 디렉션스’는 그 같은 경이가 이어질 무대다. “현대음악이라고 해서 딱딱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볼 생각입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연주에서 현대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나만의 느낌을 담을 수 있을 겁니다.” 어려운 소리가 아닌 ‘음악적 소리’를 담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지금은 내게 현대음악이 와 닿아 있지만 사실 나는 보통의 뮤지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슈만,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도 좋아하고 금난새 지휘로 풀랑이나 생상 등 낭만주의 이후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집도 녹음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현대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줄 생각이다. 쇤베르크의 표현주의 작품 ‘6개의 소품’으로 시작해 단순함이 인상적인 필립 글래스의 미니멀리즘 곡 ‘에튀드(Etude)’, 음렬주의에서 더 나아간 총렬주의를 주창한 피에르 불레즈의 ‘12 노테이션(Notation)’, 미국 작곡가 앨런 호바네스의 동양적 작품 ‘파스토럴(Pastoral) 1번’으로 전반부를 끝낸다. 후반부는 리게티의 ‘무지카 리체르카타(Musica Ricercata)’ 한 곡으로 채운다. ‘무지카 리체르카타’는 단 두 개의 음으로 시작해 복잡한 대위법적 작품으로 종결되는 만화경 같은 작품이다.
내년 6월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여는 연주회 ‘이스턴 웨이브(Eastern Wave)’는 다케미츠 도루, 진은숙, 이홍석. 차오엔청 등 동양 작곡가의 작품으로 꾸민다. “서로 다르지만 꼭 알리고 싶은 작품들이지요.”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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