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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터널 속으로

입력
2014.12.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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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 멍하게 있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승강장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되돌아오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탄다. 이도 저도 참 귀찮은 일이다. 버스를 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넋 놓고 있다가 한 두 정거장을 더 가게 된다. 그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부끄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지하철은 몇 년 사이 별세계가 됐다. 더 깊어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 세련돼졌다. 시도 광고도 만날 수 있다. 시민들을 배려하느라 지정석이 생기고 이름도 붙여졌다. 서민들의 발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나는 지하철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방향이 헷갈려서 헤매고 먼지와 소음이 불편하다. 멀뚱히 사람들을 마주보는 것이 어색하다. 너무 어둡거나 지나치게 밝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하철 장애가 있다. 영국에 처음 지하철이 생길 당시에는 지하철에 창문이 없었다고 한다. 창문마저 없었다면 정말 숨이 막혔을 것 같다. 창을 거울삼아 그나마 숨을 쉬고 가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말이다.

새벽 지하철 터널 속에서 괴물쥐와 맞닥뜨렸다는 부장님의 말을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취객의 환상이었을까. 소설을 읽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터널의 어둠 속에서 무엇과 맞닥뜨릴 것 같은가. 나의 불안증을 가리기 위해 달콤한 도넛들이 쏟아진다고 상상해본다. 어둡고 음습한 이 공간은 우리의 얼굴을 되비치는 거울인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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