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를 마치고 1일 퇴임한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정상회의(EC·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이 앞으로 3년간 매년 평균 약 3억원을 보조 받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EU 고위 관료에게 연간 수 억원을 퍼주게 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이사회 의장 출신인 그가 2017년 12월까지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부담을 덜어주기 매년 기본급의 55%에 해당하는 13만3,723파운드(2억3,250만원)을 받게 돼, 모두 50만 파운드(8억7,000만원)을 수령한다”고 1일 보도했다.
그는 또 전별금 성격의 일시불 지급금으로 2만1,000파운드(3,650만원)를 받고, EU 연금으로 매년 5만2,000파운드(9,036만원)를 평생 동안 수령할 수 있다. 이 금액까지 합하면 앞으로 3년간 모두 67만3,000파운드(11억7,000만원) 가량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EU 관료가 퇴직 시 다른 곳에 성공적으로 다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지급하는 이런 ‘전환기 수당(transitional allowance)’은 굳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급되며, 공제하는 세금도 EU 세율은 물론 그의 모국인 벨기에보다도 훨씬 낮다.
2009년 12월 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정상회의의 초대 상임의장으로 취임한 반 롬푀이 의장은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어 거액을 챙기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그는 임기 도중인 2010~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이 차례로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했는데도 EU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유럽 경제가 아직 회복하지 못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안고 있다. 4년 전에는 그의 관용 리무진 5대를 가족이 프랑스 파리로 여행하는 데 사적으로 사용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EU 해체를 요구하는 영국독립당(UKIP)의 니겔 파라지 당수는 “반롬푀이 의장은 재임 기간 재정위기가 발생해 수 백만명을 실업과 가난으로 내 몰아 놓고는 정작 자신은 잭팟을 터뜨렸다”고 비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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