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차례 380여만원 인출 생활비로, 감사 적발되자 거짓 해명하다 시인

자리 물러났으나 대학 측 징계 없어 법대 재학생이 횡령 혐의로 고발

서울 유명 사립대 법대 법학과 학생회장이 학생회비를 개인 생활비로 유용하다 경찰에 고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크고 작은 학생회비 횡령 사건이 대학가에서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는 취업난 등으로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세태가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학생회비를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S대 법대 법학과 학생회장 윤모(2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과 이 대학에 따르면 윤씨는 올해 5월 말부터 4개월간 단과대학 학생회비 계좌에서 총 66회에 걸쳐 380여만원을 인출, 개인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의 학생회비 무단 인출 및 회계장부 미기입 행위는 법대 학생회 감사시행세칙에 따라 법대 학생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9월 중순 실시한 감사에서 드러났다. 윤씨는 당시 문제가 적발되자 감사위원회에 “다른 학과 학생이 소모임을 창설한다고 해서 그 비용으로 빌려준 것”이라며 “돈을 돌려 받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에 대한 증거자료로 가짜 차용증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감사위원회 검증 결과 윤씨가 말한 학생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차용증서 또한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윤씨는 그제서야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윤씨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사과문에서 “나를 믿고 회장으로 뽑아준 학생들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돈을 갚는다고 해서 훼손된 대학의 자부심이 돌아오진 않겠지만 10월 말까지 전액 변제할 것이며, 이후 어떠한 처분이라도 겸허히 받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윤씨의 사과에도 학내는 윤씨를 비판하는 여론으로 들끓었다. 법대 재학생들은 “이런 사람이 법을 배운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소액심판을 해서라도 이자를 받아내야 한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지난달 학생회장에서 물러났으나 대학 차원의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학생처 관계자는 “등록금과 달리 학생회비는 학생 자치활동의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에 대학에서 섣불리 징계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공식적인 징계 요청도 없었고, 해당 학생도 반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는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대 소속의 한 재학생은 처벌이 미흡하다며 10월 중순 동작서에 윤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최근 피고발인 조사 등을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검찰에 사건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대학가의 학생회비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2월에는 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에서 총학생회장 A씨가 학생회비 1,500여만원을 회식비와 교통비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돼 제적당했다. 지방에 있는 B대학에서는 한 학과 학생회장이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학생회비 1,600여만원을 횡령,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하다 학생회에 적발됐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학생 사회의 무관심이 지적되고 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취업이 최우선 목표가 되면서 학생들의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도 부쩍 줄어들었다”며 “학생회 간부들의 도덕성에만 기대기보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학생회 비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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