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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오일쇼크' 전력·항공 단맛 정유·조선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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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오일쇼크' 전력·항공 단맛 정유·조선 쓴맛

입력
2014.12.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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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추락에 업체 희비 쌍곡선, 유가 비중 높은 항공업계 등 호재로

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 하락에도 제품가격 함께 추락 수익성 낮아져

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면서 관련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항공 해운 전력 등 비용 중 유가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업종에게는 그 동안의 침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반면 정유 석유화학 조선 등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업체들은 설상가상의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내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서 내년 유가를 전망하기 힘들어 골치를 썩고 있다.

우선 유가 하락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1일 “원유를 수출하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소비자들은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면서 소비 여력이 약 0.5~1.0%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시장에 대한 수출 전망이 밝아졌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 기업의 대 미국, 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은 각각 12.1%, 9.2%인데 앞으로 이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 보면 에너지 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표정이 밝다. 한국전력도 그 중 하나다. 발전소를 돌려 전력을 만드는 원가의 85%가 연료비이고, 연료의 60~70%가 해외에서 수입한 기름으로 충당하고 있다. 주익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유가가 10% 떨어질 때 1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두바이유에 연동된 LNG 수입 가격이 하락해 발전 원가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항공 물류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항공업계도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각각 1,605억원, 8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 가격(MOPS)과 연동된 유류할증료도 함께 떨어져 항공 여객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들 역시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선박용 벙커C유 등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각각 1,684억원, 1,413억 원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도 국제 유가 하락으로 휘발유, 경유 등 기름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내년도 사업계획 조차 짜지 못한 채 초비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 하락 때문에 실적난에 시달려 온 정유사들은 원유 재고 평가손이 크게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사는 의무적으로 일정 분량의 원유를 비축해야 하는데, 지금보다 더 비쌀 때 사 온 기름을 떨어진 가격에 팔면서 고스란히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값이 내린 기름을 사서 국내에 싣고 오는 데 한 달 가량 시간이 걸린다.

석유화학업계도 어렵다. 유화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국제 유가 하락 때문에 4년 만에 가장 낮은 배럴 당 69달러를 기록하고 있지만,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함께 떨어져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선이 안정적으로 발주되겠지만 심해시추선 등 해양플랜트부문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기름값이 낮아질 경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주는 보조금을 줄일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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