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만여개 사업장서 9일까지, 위원장 과반 득표 없을 땐 결선
"강력한 리더십 세우는 계기" 기대에 "선거 방식만 달라졌을 뿐" 비판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1995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위원장 등 임원 선거를 직선제로 치른다. 유권자가 67만여 명에 달해 공직선거를 제외하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선거다. 민주노총은 직선제를 통해 약화된 조직력을 회복하고, 대중적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선거 방식만 달라졌을 뿐 각 후보자들이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1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직선제 투표는 3일부터 9일까지 전국 2만 여개 사업장에서 실시된다. 투표소 숫자는 올해 6월 지방선거 당시의 1만3,000곳 보다 많은 규모다. 투표는 현장거점투표, 현장순회투표, ARS투표, 우편투표(부재자) 4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동안 간선제 투표에는 2,000만~3,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직선제 투표는 1차 투표 비용만 6억원 가량 들 것으로 보인다. 개표는 민주노총 전국 16개 지역본부별로 이뤄지고 당선자는 ‘재적 선거인 과반 이상 투표와 투표자 과반 이상 득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득표가 많은 두 팀을 대상으로 이달 17~23일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첫 직선제 선거에는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정용건 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4명이 위원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기호 1번인 정용건 후보는 연금ㆍ세금ㆍ의료ㆍ보육 등 사회공공성 투쟁 주도와 비정규직 철페 등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기호 2번 한상균 후보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철폐 및 권리 보장 등을 내세웠다.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는 ‘조합비 3,500억원, 의무금 1,000억원 프로젝트’로 민주노총의 재정 안정성을 꾀해 조직의 자주성을 높이자는 구호를 내걸었고, 기호 4번 전재환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원, 제2의 산별노조운동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노총의 위기 타개 방안으로 대정부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각 후보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한상균, 허영구 후보는 내년부터 당장 대정부 투쟁에 돌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용건, 전재환 후보는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첫 직선제 투표에 대해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탄압과 노총 내 정파 간 갈등으로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가 높지 못한 상황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강력한 리더십을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는 만큼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선거 캠페인도 달라져야 하는데, 간선제와 큰 차이점이 없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는지,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등 해결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데, 후보자들이 구체적인 방법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철저한 선거 관리로 부정투표 시비를 없애는 등 직선제 실시로 우려되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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