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고백하셨다. 자신이 점점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묻는다고.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던 때 가지고 있었던 열정과 순수함이 사라지고 명성과 권력을 은근히 탐해보는 자신이 못마땅하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괴로운 마음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사람들은 흔히 그런 면들을 가리고 가면을 쓰기 쉬운데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으셨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글을 쓰고 싶다고도 하셨다. 초심을 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스스로를 반성하며 나이 든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과 자기 절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왔다.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진지하게 되물었던 자가 있었다. 인간 사표를 써라(박노식)고 외쳤던 자도 있었다. 다음인간(이나미)을 그려보는 자도 있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라고 진지하게 묻는다면 금세 우스워질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은 그것을 생각해 보게 만들고, 어떤 사회적 사건과 현상들은 그 질문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분노하게 된다. 아마도 어리석음과 더딤은 인간 본연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비슷한 종류의 실수와 착오가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성 자체를 지켜가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겠지만 욕망의 고삐를 느슨하게 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연습하지 않는다면 노예적 삶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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