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톱 골격 유지…실적 부진한 곳엔 부분적으로 '메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의 미래를 조망한 기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절제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한 적이 있다.
삼성이 미래 성장을 위해 유능하지만 변덕스러운 기술인력을 스카우트하거나 까다로운 파트너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이 부회장의 절제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1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이 부회장 체제의 첫 작품이다. 이번 인사에 특유의 절제된 성격이 다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어닝쇼크 등 2·3분기 실적 부진을 고려할 때 대규모 문책성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과 이건희 회장의 장기 공백에 따른 과도기의 조직 안정을 위해 소폭 인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 부회장의 선택은 후자에 가까웠다.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3톱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무엇보다 이번 인사의 기조로 안정을 택했다는 확실한 방증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신 사장의 교체설이 나돌 때 일본 출장길에 그를 대동한 것은 이 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게 한 대목이다.
단기 실적에 의존해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충분히 기회를 주면서 안정 속의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신 사장의 경우 모바일 부문을 글로벌 1위로 올려놓은 기존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무조건 안정만 고집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이 부진한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에는 제한적이기 하지만 '메스'를 들이댔다.
무선사업부 사장급 3명을 2선으로 물리면서 사업부 조직에 나름의 경고 메시지도 전달했다.
조직 자체가 비대해졌다는 지적을 받은 무선사업부는 앞으로 조직 개편과 함께 후속 임원 인사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오너 일가를 이번 인사에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부회장 승진설이 있었지만 그대로 뒀다.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승진이 외부에 비칠 시각을 경계하면서 승계 문제를 둘러싼 여러 잡음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이동시켜 스포츠 마케팅 부문의 중책을 맡긴 것이 오너가에서는 유일하게 눈에 띄는 인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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