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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살한 중기중앙회 비정규직女는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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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살한 중기중앙회 비정규직女는 부당해고"

입력
2014.1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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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기대 불구 만기 이유 퇴직통보… 근로기준법 23조 위반 소지" 결론

2년간 2~6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 간부 성희롱 사실 확인… 2명 면직

2년 동안 성희롱 등의 수모를 참고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퇴직통보를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소기업중앙회 비정규직 여직원 권모(25)씨에 대해 부당해고 개연성이 있다는 노동청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앙회는 그 동안 권씨 사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적 없다”며 부당해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아 유족들의 분노를 샀는데, 사실상 이를 뒤엎는 내용이다.

30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권씨 자살사건 관련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동청은 갱신기대권이 있는데도 중기중앙회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권씨를 퇴직시킨 것은 해고 제한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했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노동청은 상사의 약속과 기존 전환사례 등을 감안하면 권씨에게 정규직 전환으로 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권리가 있다고 해석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민중기)도 지난 6일 기간제 근로자 장모씨 소송과 관련해 “2년 계약기간이 만료됐어도 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면 사측의 정규직 채용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권씨는 정규직 전환을 구두로 약속 받고 중앙회와 2년 동안 7차례나 쪼개기 계약을 해왔다. 쪼개기란 2년의 기간을 통으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2개월에서 6개월 단위로 잘게 쪼개서 계약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부당고용 사례로 꼽혀왔다.

이 과정에서 권씨는 중앙회에 교육을 받으러 온 중소기업 대표 및 중앙회 간부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과 성추행까지 당했다. 권씨는 이 같은 사실을 상부에 알렸지만, 오히려 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지난 9월 “(기간제 근로기간 최대치인) 24개월 꽉 채워 쓰고 버려졌다”는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노동청은 10월 중순부터 한달 동안 성희롱 가해자와 참고인 등 17명을 조사한 결과 권 씨에 대한 성희롱 사실도 확인했다. 중앙회는 지난달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와 소속 부서장 등 2명을 면직처분 했고 다른 간부 2명을 3개월 감봉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청은 중앙회가 2012년 101명, 지난해 142명에 대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중앙회에 과태료 200만원도 부과했다.

노동청 조사결과 중앙회의 비정규직 부당 대우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중앙회 직원의 30%는 별정직, 계약직, 임시직 등 비정규직으로 드러났고 이들은 중앙회와 반복적인 쪼개기 계약을 맺었다.

노동청은 중앙회가 기간제 근로자 7명에게 점심값, 교통비, 상여금, 가계지원비 등 5,2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관계법을 무더기로 위반한 사실도 적발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직원 복리후생비 7,400만원과 연장근로수당 730만원을 주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중앙회는 고용구조개선계획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까지 근로기준계약을 최소 1년으로 정해 쪼개기 계약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특히 비정규직 중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맡아온 32명에 대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전환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기관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대우가 만연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김기문 중앙회장이 부당해고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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