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與 "정윤회 지시 설득력 없어" "작성·유출 배경이 본질" 분석도
세계일보가 28일 보도한 청와대의 '정윤회 동향보고서' 문건에는 정씨가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을 밀어내려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를 두고 "여권 내 역학 관계와 동떨어진 내용으로, 해당 문건이 소설 수준의 찌라시(정보지)에 불과하다는 증거"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올 1월 작성된 문건에는 정씨가 2013년 말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등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포함된 이른바 십상시 모임에서 "김 실장은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2014년 초ㆍ중순에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정보지와 언론에서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소문을) 유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정씨가 김 실장 교체를 위해 구체적 행동 방침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정씨와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 암투설로 추정하면, 김 실장이 박 회장과 가깝다고 본 정씨가 김 실장을 물러나게 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1월 당시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던 만큼 주변에서 교체를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논리에서다. 2013년 8월 임명된 김 실장을 박 대통령 주변에서 5개월 만에 교체하기로 하고 고작 정보지와 언론의 입소문을 동원해 여론 몰이에 나서려 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정씨가 청와대 3인방 등에게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를 직접 지시할 위치에 있었다고 보는 것 자체가 허술한 대목이라는 시각도 많다. 올 초 제기된 김 실장 교체설은 여당 내 일부 비박계 인사들이 김 실장 견제를 위해 흘렸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확인했지만, 내용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그냥 넘겼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해당 문건은 정씨에 대한 정식 감찰을 토대로 한 공식 조사 결과라기보다는 증권가 정보지에 오르내리는 풍문을 취합한 동향 보고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정씨를 비방하기 위한 악의적 투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 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던 A 경정이 왜 이 같은 문건을 작성했고, 누가 문건을 유출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문건 내용의 신빙성이 문제가 아니다. 문건 작성과 유출의 배경이 된 정권 비선 실세들 간 권력 암투가 본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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