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 없이 고난도 액션 직접 소화
인대 파열돼 촬영 끝난 다음날 수술
"코믹 연기 부족, 잔재미 주려 노력
작은 역할도 임팩트만 있으면 OK"
이정재(42)가 펄펄 난다. 수갑을 차고도 수십 명의 경찰을 따돌리고 곡예를 하듯 뛰면서 달아난다. 11월 27일 개봉한 액션 영화 ‘빅매치’(최호 감독)의 이정재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화면 곳곳을 헤집고 다닌다. 격투기 선수를 게임 캐릭터 삼아 도박판을 만드는 악당 에이스(신하균)에게 인질로 붙잡힌 형(이성민)을 구하기 위해 뛰고 구르고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가 연기하는 이종격투기 선수 최익호는 에이스가 시키는 대로 죽음의 게임에서 승자가 돼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낙천적인 성향을 잃지 않는다. 기승전결의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무시하고 오로지 빠르게 내달리는 액션의 쾌감만으로 밀어붙이는 이 영화에서 날렵한 몸매로 게임 현장을 누비는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도둑들’(2012)을 시작으로 ‘신세계’, ‘관상’의 연이은 흥행으로 펄펄 날고 있는 이정재를 만났다.
-고난도 액션이라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예상보다 힘들었다. 높이 뛰는 것처럼 아주 어려운 동작만 빼고 90% 정도는 직접 했다. 그러다 어깨 인대가 파열돼 진통제를 먹어가며 찍었다. 촬영 마친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무거운 건 잘 못 든다. 매달리는 건 절대 안 되고.”
-어떻게 준비했나.
“격투기 훈련을 포함해 준비 기간만 8개월이 걸렸다. 예전엔 두 달만 해도 운동한 티가 났는데 나이가 드니 전혀 그렇지 않아 놀랐다. 체중은 빼는 것보다 늘리는 게 힘들다. 근육만으로 늘려야 하니까. 운동을 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체중을 늘리려 했는데 오전 오후로 운동을 하니까 욕심처럼 찌지 않더라. 무조건 오전 8시에 아침을 먹어야 하루에 세 시간 간격으로 다섯 끼에서 여섯 끼를 먹을 수 있다. 오전에 개인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2시간쯤 하고 오후에 또 4시간 정도 격투기 훈련을 하는 식이었다. 그땐 77kg였는데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찍고 있는 지금은 62kg이다.”
-코믹한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시나리오를 보며 코믹한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난 코믹 연기를 해낼 재능이 충분히 않다. 코미디는 이성민, 김의성, 배성우, 신하균 같은 배우들이 훨씬 잘하니까. 그래서 코믹한 요소를 영화 전체에 가늘고 넓게 펴 넣어 잔재미를 주려 했다.”
-에이스 역을 먼저 제안 받았다던데.
“활자 상으론 이 영화가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에이스)과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사람(최익호)으로 나뉘어 있고 두 인물이 거의 대등한 분량이었다. 감독과 제작자는 내가 어떤 역할을 하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익호 역 배우가 찍어야 할 육체적인 움직임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에이스 역할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하더라. 나이도 있으니. 난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감독과 제작자를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렇게 몸을 써서 찍을 수 있는 마지막 영화라 생각하고 찍겠다고.”
-연기를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하게 됐나.
“젊었을 땐 인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이 불안했다. 30대 중반부터 내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도 연기의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하녀’나 ‘도둑들’, ‘신세계’, ‘관상’까지 (다수의 주연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멀티 캐스팅 작품에 출연하면서 작은 역할이라도 임팩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 직업을 즐기며 오래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획적으로 인생을 사는 편이 아니다. 인생을 좀 더 짜임새 있게 살고 재미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렇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편하게 사니까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긴 하다. 원래 최익호처럼 긍정적으로 설렁설렁 사는 스타일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연다혜 인턴기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년)
영화 '빅매치'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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