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등 근본주의 테러조직에 대항하기 위해 모든 종교의 연대를 촉구했다.
교황은 터키 방문 첫날인 28일 수도 앙카라에서 “종교 간, 문화 간 대화는 모든 형태의 근본주의를 종식하는 데 상당히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통령궁에서 회담하고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군사 행동으로는 시리아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광신과 근본주의, 오해와 차별에 따른 비이성적 두려움 등은 모든 신자들의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국민 99%가 이슬람교도인 터키를 방문한 목적은 가톨릭과 이슬람 사이의 우호를 증진하고 중동 평화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교황은 또 시리아 난민 160만명을 수용한 터키에 감사를 표하며 “세계는 터키를 도울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법에 따라 모든 국민,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인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하며 같은 의무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황은 첫 공식 일정으로 터키 국부(國父)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 묘역인 ‘아느트카비르’를 방문해 헌화했다. 이어 새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 등과 중동 문제 등을 논의했다.
교황은 ‘호화 건축’ 논란에 휩싸인 새 대통령궁을 방문한 첫 외부 인사가 됐다. 터키건축가협회는 호화 논란에 휩싸인 새 대통령궁이 녹지훼손으로 법원이 공사를 중단시킨 불법 건물이라며 방문하지 말라고 요청했으나 교황청은 터키 방문이 정부의 초청에 따른 것이므로 정부가 초대한 곳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교황은 전날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와 인터뷰에서도 IS의 기독교도와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를 규탄하고 정치, 종교 지도자들이 ‘분명하고 용기 있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29일에는 이스탄불로 이동해 아야소피아박물관과 터키 최대 이슬람사원인 술탄아흐메트자미를 방문하고 성령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아야소피아박물관은 비잔틴 제국 시절 동방정교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좌 성당으로 건립됐지만 콘스탄티노플이 1453년 오스만제국에 점령되고서는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으며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 건국 이후 박물관이 됐다. 이어 30일에는 성게오르그교회에서 동방 정교회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뮤 1세와 만나며 공동선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교황은 지난 5월 중동 방문 때도 1054년 종교적 원칙 문제로 동서로 분열된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바르톨로뮤 1세와 우호 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한편 터키 당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경호 수준을 최고조로 올렸다. 이날 앙카라에는 2,700여명의 경찰관이 동원됐고, 이스탄불에서는 7,000여명이 투입된다. 교황의 터키 방문은 1967년 바오로 6세,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2006년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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