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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로...구글, 지능화된 만물 인터넷 세상 꿈꾸다

입력
2014.11.2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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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웨어'

항상 켜져 있고 정보 끊김 없어

서로 다른 기능 지닌 기기들

안드로이드 생태계內서 연결돼

상호작용하며 작동하게 하는 것

#1.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 여직원 카니즈(19)는 지난 9월부터 구글 글래스 시제품을 착용한 채 일하고 있다. 그는 신제품을 만들다 문제가 생기면 구글 글래스의 영상을 원청업체인 일본 본사 디자이너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조언을 구한다. 디자이너는 구글 글래스의 동영상을 살펴본 뒤 화상에 화살표나 동그라미를 그려 정확한 작업 경로를 알려 준다. 디자이너가 수천km 떨어진 의류공장 직원들과 공정을 공유하면서 제조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2. 얼리 어댑터를 자부하는 김태성 중앙대 홍보실장은 술만 마셨다면 휴대폰을 잃어버려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시계인 삼성 기어 라이브를 마련하면서 술 약속을 걱정할 일이 사라졌다. 실수로 음식점에 휴대폰을 놓고 나오면 시계에서 경고음이 울려 금세 휴대폰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업무와 생활도 편리해졌다. 음성인식 서비스 ‘구글 나우’와 연결하니 그날 일정과 날씨를 알아서 척척 불러 주고 심장 박동 수도 측정해 준다. 또 회의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손목에 찬 시계로 확인할 수 있다. 운전 중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지 않아도 시계로 통화가 가능하고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 문자도 보낸다. “오케이, 구글. 집사람에게 메시지 보내 줘”라고 하면 메시지 화면이 뜨고, “지금 집에 들어가는 중인데 당신이 좋아하는 떡볶이 사 간다”고 하면 그대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김 실장은 “이제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시계를 통해 세상의 빠른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프 창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제품 담당 수석 매니저
제프 창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제품 담당 수석 매니저

눈물 안의 당 수치를 측정하는 구글의 스마트콘택트렌즈
눈물 안의 당 수치를 측정하는 구글의 스마트콘택트렌즈

왜 웨어러블 인가

포스트 모바일 시대를 열어 줄 웨어러블 기기들이 빠르게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란 신체에 착용하거나 부착해 컴퓨팅을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몸에 걸치거나 입는 PC’로 일부 컴퓨팅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포함한다. 기능성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활동량과 심장 박동 수 측정 등 건강관리용으로 손목에 차는 스마트밴드에서부터 다기능의 스마트시계, 안경처럼 착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스마트안경과 이에 연동된 스마트반지, 위성항법장치(GPS)를 적용한 스마트신발, 귀에 꽂는 스마트이어폰, 혈당량을 측정하는 스마트콘택트렌즈에 이르기까지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쏟아진다. 미국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2012년 12억6,000만달러(1조4,000억원)였던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2018년 137억8,900만달러(15조2,6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조사 분석기관인 ABI리서치는 2018년까지 웨어러블 시장의 연간 출하량이 4억8,500만대에 달해, 같은 기간 생산된 전체 스마트폰 시장 규모의 약 3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은 웨어러블 기기가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더 정교해지고 사용자들이 혹할 정도로 생활에 편리함을 주며 디자인이나 스타일에서 뛰어나야 한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능 면에서 이미 많은 것을 갖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굳이 웨어러블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70~80년대 고도성장기 격무에 쫓기는 중년 가장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바지춤에 찼던 만보기(걸음 수를 측정하는 기기)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은 가장 대표적인 원조 웨어러블 기기. 최근 웨어러블 기기가 다시 주목을 끈 것은 지난해 4월 개발자들이 구글 글래스를 직접 사용하면서부터. 올 들어 구글의 웨어러블 기기 전용 운영체제(OS)인‘안드로이드 웨어’가 적용된 손목형 웨어러블 스마트시계들이 잇따라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안드로이드 웨어’가 적용된 스마트시계를 공개한 구글의 제프 창 수석 매니저는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스마트폰과 차별화한 웨어러블의 가장 큰 장점으로 편의성을 꼽았다. 창 매니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내야 하는데, 손목이나 몸에 착용된 기기는 즉각 문자나 이메일을 볼 수 있고 음성명령을 내리는 등 편의성이 뛰어나다”며 “특히 웨어러블 기기는 항상 켜져 있어 눈으로 흘겨보거나 말로도 들을 수 있는 등 정보의 끊김 현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강ㆍ피트니스 기능만 봐도 스마트폰은 심장 박동 수를 항상 측정할 수 없는 반면,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착용하고 있어 24시간 측정할 수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는 휴대폰에서 찾을 수 없는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을 갖춰 패션 제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안경과 시계, 팔찌 형태의 착용 제품인 웨어러블 기기가 5년 내 패치와 같이 피부에 부착하거나 신체에 직접 이식하는 단계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개발 중인 암 진단 로봇용 나노입자와 같이 초소형 웨어러블 기기를 복용하는 방식도 상용화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안드로이드 웨어가 적용된 스마트시계 삼성 기어 라이브
안드로이드 웨어가 적용된 스마트시계 삼성 기어 라이브
내년 일반 출시 예정인 구글 글래스. 구글 제공
내년 일반 출시 예정인 구글 글래스. 구글 제공

그렇다면 구글이 연구 중인 또 다른 신개념 웨어러블 기기는 없을까. 창 매니저는 “현재로선 일단 스마트시계에 집중하며 시장 반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안드로이드 시계가 아닌 안드로이드 웨어라고 명명했듯 조만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새롭게 발표할 내용은 없지만 웨어러블 기기가 의학 분야에 큰 장점을 갖고 있어 편의성과 실용성을 살린 제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구글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이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구글 내부에서 독특한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X팀이 스마트콘택트렌즈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창 매니저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매일 손가락을 찔러 피를 채취해 혈당 검사를 하는데 당 수치는 눈물에서 체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며 “두개의 소프트렌즈 사이에 삽입된 소형 무선 칩과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초소형 포도당 센서를 사용해 눈물에 있는 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 이미 임상시험 연구를 마친 상태로 제품 출시를 위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협의 중”이라며 “사용자와 의료진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글의 스마트콘택트렌즈 기술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전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 매니저는 웨어러블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낙관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보다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해 기존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며 “지금도 각종 센서를 비롯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어 시장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웨어를 내놓은 이유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 개발에 나선 것은 모바일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내가 최고경영자(CEO) 시절엔 안드로이드로 수익을 못 냈지만, 지금은 구글의 핵심 사업이 됐다. 오늘날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계 장치들은, 유선전화기가 그러했듯 머잖아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으로 팔리게 될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든 사물인터넷(IoT)이든, 우리가 이뤄야 할 관건은 ‘안드로이드로의 컨버전스(융합)’이다. 구글의 목표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안드로이드 융합으로 대중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2001년부터 10년간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핵심 사업 전략인‘안드로이드 에브리웨어(Android Everywhere)’를 이같이 설명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넥스트 모바일(휴대폰 이후)’로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지난 3월 웨어러블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발표했다. 웨어러블에도 스마트폰 같은 통일된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안드로이드 영역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창 매니저는 구글이 애플처럼 자체 스마트시계를 만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 “대중이 웨어러블 기기를 선택할 때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패션이나 스타일에 대한 욕구도 크다”며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되도록 많은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협력해 다양한 형태와 크기, 디자인을 가진 개성 넘치는 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시계나 목걸이, 팔찌, 안경, 모자와 같이 안드로이드 기반 위에서 외형과 기능이 다양한 종류의 기기로 탄생할 것”이라며 “사용자는 건강ㆍ피트니스 기능이나 디자인 등 자신이 선호하는 측면을 강조한 기기를 선택해 구글이 제공하는 최상의 소프트웨어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처럼 웨어러블에서도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인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독자 OS(타이젠)를 적용한 스마트시계 ‘기어S’를 선보이며 웨어러블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오픈 플랫폼을 앞세운 구글의 성장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창 매니저는 “구글은 핸드폰에서와 같이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웨어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API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미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 웨어를 위한 다양한 앱을 선보였듯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앱을 조금 수정하면 안드로이드 웨어에도 적용할 수 있고, 또 안드로이드 웨어만을 위해 새로운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개발자 시연회를 열고 6월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웨어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며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상호 작용하며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웨어러블의 미래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가 사람과 사물, 공간을 서로 연결하는 지능화한 만물 인터넷 세상으로 진화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와 항상 연결된 웨어러블 기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카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로 자동차와의 융합 작업에 나서고 있다. ‘구글 나우’를 이용해 음성으로 목적지 경로를 찾고, 구글맵으로 주차장도 검색한다. 여기에 구글 X팀이 연구개발 중인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이 더해지면 머지않은 장래에 스마트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창 매니저는 “웨어러블 기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기기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 집이나 사무실, 자동차에 있는 각종 센서와 연결돼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신세계가 현실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를 이루기 위한 기술적인 장벽이 아직은 높다. 이는 구글 글래스 시제품이 나온 지 2년이 다 되도록 시판이 안 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 창 매니저는 “좋은 디스플레이와 안테나, 센서, 고효율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을 한 제품 안에 넣기란 정말 어렵다”며 “한 가지 기능을 살리면 다른 기능은 포기해야 하는 ‘균형(trade-off)’ 판단이 현재 제조사들이 겪는 가장 큰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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