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여야 예산 합의, 신뢰회복 위한 길 아직 멀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여야 예산 합의, 신뢰회복 위한 길 아직 멀었다

입력
2014.11.28 18:08
0 0

여야는 어제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쟁점을 일괄 타결해 법정 예산처리 시한(12월 2일)을 지키게 됐다. 매년 세밑에 난리통을 연출하던 국회를 보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국민에게는 큰 위안이다. 이날 원내대표 협상에서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을 초래한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은 순증액만큼 우회적으로 국고지원을 하기로 했고, 담뱃값은 2,000원 인상하는 대신 야당이 인상을 주장한 법인세의 경우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식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른바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기국회 종료 후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주고받기 식 타결에 손뼉만 칠 수 없는 것이 이번 예산정국에서도 생산적인 국회를 가로막는 여야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이 또 흔들린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 두 차례 합의와 야당의 파기, 재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수 차례 신의성실의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누리과정 예산편성 협상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여야의 상임위 간사 간에 이뤄진 3자 합의를 깨고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이 대는 걸로 돼 있지만, 그 규정이 만들어진 과정과 중앙정부가 내려 보내는 지방교부금으로 충당돼온 그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합의를 깨기 위한 구실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예산, 법안과의 거래를 위한 지렛대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태가 관행처럼 굳어진다면 계약의 룰, 타협의 질서가 바로 설 수 없다. 신뢰의 위기는 소모적인 마찰의 심화와 시간 낭비밖에 부를 게 없다.

물론 국회 파행을 불러온 누리과정의 예를 보건대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균형적인 예산편성이 불가능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의 제도적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에 대해 지방교육청이 3개월짜리 예산편성으로 보육대란을 예고하며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대결적 상황이 내년에 되풀이될 게 뻔하다. 여야는 재검토ㆍ재협상을 벌여 증세든, 혜택범위 축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번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이 여야간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여야가 현안마다 사려 깊게 행동하기를 당부한다. 법안처리는 견제적 입장에 있는 야당이, 예산안 처리는 국정운영을 맡은 여당에 한결 유리한 상황에서 함부로 힘을 남용하거나, 시간을 질질 끌어서 득이 될 게 없다. 타협의 전략, 시간의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