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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들 실패해도 불이익 안 당해...리스크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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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들 실패해도 불이익 안 당해...리스크 두려워하지 않는다

입력
2014.11.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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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ㆍ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아이디어도 추진 가능

우린 당장 돈 되는 것만 찾아

혁신적 가치 싹트기 힘들어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정말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구글처럼 많은 뉴스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드문 것 같다. 특히 다른 기업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전을 내놓기도 하고, 장난스러워 보이는 프로젝트를 상용화한다고 발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올해 최고의 경영인’으로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를 선정했다. 포춘은 선정 배경에 대해 “그의 전설적인 ‘문샷(moonshots)’이 순조롭게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샷이란 달을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좋게 하는 수준의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달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대담한 혁신을 뜻한다. 구글은 최근 미국의 위성업체들을 사들여 항공사진을 찍거나, 전 세계를 상대로 공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자율주행 자동차, 나노입자를 이용한 암 치료 기술, 호주에서의 드론 배송 서비스 등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프로젝트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하고 있다.

구글이 선보이는 이런 혁신의 원천은 무엇일까? 최근 구글 에릭 슈미트 이사회 의장과 조너선 로젠버그 수석부회장이 구글의 문화에 대해 쓴 책을 읽다 보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가장 큰 혁신의 원천은 이른바 ‘스마트 크리에이티브 (Smart Creative)’라고 부르는 인재들이다. 이들은 리스크를 떠맡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리스크를 무릅쓰는 노력이 실패할 때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책임 추궁을 당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역할 규정이나 조직의 구조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도하도록 권장 받는다. 그리고 어떤 결정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말없이 가만있는 법이 없고, 지루함을 느끼면 쉽게 분야를 바꾼다.

하지만 아무리 인재들이 많다고 해도 이들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면 “구글도 기업인데 결국 돈을 벌어야 한다. 지금 여유가 있으니까 저러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론을 많이 듣는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혁신 그 자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구글이 망하든 망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구글의 인재들이 일으킨 혁신적인 가치들은 구글이 망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의 실리콘밸리 본사를 방문해 인상적인 여러 젊은 인재들을 만났다. 특히 구글의 혁신 프로젝트인 ‘구글X’의 산적한 문제들을 전 세계 무수한 연구자와 함께 개방형 작업을 통해 해결하려는 ‘솔브 포 엑스(Solve for X)’ 담당 여직원의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그녀는 별도의 일상 업무를 하면서도 20%의 자투리 시간을 ‘솔브 포 엑스’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십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미 싱가포르에서 무려 75건의 연구제안이 들어오는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연구자들이 좋은 제안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단 한 건의 제안도 없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구글 직원과 대화하며 한국의 기업 문화와 연구 풍토에 대해 잠시 상념에 빠졌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당장 눈앞에 이익이 되는 것들만 찾는 경향이 강하다. 중장기적인 혁신을 위해 뛰어들기보다 돈이 되지 않는 것은 하찮게 여기는 문화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이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의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세계를 바꾸는 커다란 혁신이 싹트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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