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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인사혁신은 가까운 데 있다

입력
2014.11.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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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인사 때마다 무성한 비판

인사혁신처가 잘하면 달라지려나

중요한 것은 결국 대통령의 선택

박근혜 정부가 인사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 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5일 만에 사퇴한 이후 잇따라 고위 공직 인선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출범 50여 일 만에 조각을 마쳤으나 인사 때마다 비판과 뒷말이 무성한 것은 여전하다.

탕평을 지향하고, 공직을 정권의 전리품이 되지 않게 하겠다던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선캠프에서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사람들과 영남지역 인사들, 군과 법조인 출신에 대한 우대와 중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공기관에 뼈를 깎는 개혁을 주문하면서 낙하산 인사는 여전하다. 어떻게 고르고 골라서 저런 사람들을 쓸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지역 편중의 경우 장·차관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19.4%인 반면 전북은 지금 0이며 광주-전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 분석자료). 단순히 지역 인구를 대비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격차다.

박 대통령 인사의 단점이나 한계는 누구와 의논하지 않고 혼자 고민해서 결정하고, 보안을 극도로 중시하는 ‘수첩인사’라는 점이다. 대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고르고 비슷한 인사를 되풀이한다는 점에서 인사 이후에 나타나는 파장에 별로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역대 대통령들은 인사를 잘 했나. 누가 인사를 잘 했을까 하고 따져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한 대통령을 꼽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코드인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 심했다. 인사청문회 낙마율을 비교하니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 3.6%이던 것이 이명박 정부 때는 11.6%로 훨씬 더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독재정권 시대의 인사야 언급할 것도 못 된다. 김영삼 문민정부 때 한 장관이 5년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한 사례가 아득한 전설로 회자될 정도다.

홍준표 경남도 지사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임기 중 첫해부터 4년까지는 모든 빗장을 풀고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충성도 내각’은 임기 마지막 1년 때 퇴임을 대비해 꾸리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한 데다 장관들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니 누가 총대를 메고 일하겠느냐는 것이다. 홍 지사가 훌륭하다는 뜻에서 인용한 게 아니다. 정부나 여당 주변에서 이 정도의 말을 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인사로 인한 부작용과 실망이 갈수록 커지는 판에 인사혁신처라는 조직이 발족했다. 대기업 삼성 출신의 이근면 처장은 요즘 인기가 높은 TV드라마 ‘미생’을 내세워 공직사회에 발을 내디딘 자신의 완생과 인사행정의 완생을 지향한다는 발언을 했다. 대기업의 인사전문가가 공무원 사회의 인사책임자를 맡음으로써 공무원 인사시스템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인사혁신처는 국민인재라는 말을 써가며 우수인재 발굴과 공무원 양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공서열에만 의지하지 않고 승진과 상벌 제도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꾸고 혁신적인 인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공직사회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특히 창의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되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며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바른 소리 싫은 소리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시하고, 어떤 조직이든 큰 하자가 없는 한 제2인자가 우두머리로 승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그 조직의 사기가 산다. 사기를 높여 주고 인정해 주고 재량권을 주면 누구든 열심히 일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국무총리를 내세우며 비서실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인사혁신처라는 기구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인사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다. 인사혁신이란 어디 멀리 가서 구해 오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람을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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