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29일 ‘지우허이(九合一) 선거’를 치른다. 시장과 시 의원, 이장과 구민 대표 등 9단계 공직자 1만여명을 한꺼번에 뽑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만 사상 최대 지방 선거다.
관심을 끄는 곳은 타이베이(臺北) 시장. 차기 대만 총통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물론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모두 타이베이 시장을 거쳐 대만 최고지도자가 됐다.
이번 타이베이 시장 선거의 양대 후보자는 출신 배경이나 정치 성향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민당의 롄성원(連勝文) 후보는 부총통을 지낸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로, 교통카드업체까지 갖고 있는 부호이자 금융인이다. 롄 명예주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막역한 사이로, 롄 후보도 친중국 성향이 강한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무소속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국립대만대학병원 의사가 된 인물로, 대만 독립 등을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은 4년전 선거 운동 중 롄 후보가 머리에 총을 맞아 뇌 수술을 받을 때 환자와 의사로 만났던 사이다. 커 후보는 당시 직접 집도를 하진 않았지만 응급 조치와 수술 과정 등을 총괄했다.
선거에서 민진당이 얼마나 선전할 지도 관심사다. 최근 대만에선 친중국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마 총통에 대한 불만이 큰 상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과 서비스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3월에는 대학생들이 20여일 동안 입법원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경제도 안 좋고 식품안전사고 등도 잇따라 국민당에 힘겨운 선거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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