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들과 근교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가락국수를 먹는데 친구 중 하나가 불쑥 말했다. “가락국수 참 맛있다.” 가락국수를 먹고 호두과자를 사서 나눠 먹다가 또 누군가가 말했다. “호두과자 참 맛있다.” 모두 사이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그릴에 고기를 굽는데 냄새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냄새부터 맛있다. 참 맛있다.” 고기가 다 익자 젓가락을 든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고기가 참 맛있네.” 고기를 오물거리며 누군가가 말하자 다들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그날은 참으로 맛있는 날이었다.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가 참 맛있어”, 담배를 피우면서 “담배가 참 맛있어”,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가 참 맛있어”라고 돌아가며 말하던 날이었다. 순간순간이 참 맛있는 시간이었다. 맛없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간만에 교외로 나오니 참 좋다. 심지어 이렇게 별 보면서 들이마시는 공기도 맛있는 것 같다.” 내 말에 친구들이 환히 웃었다. 웃음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도 묻어 있었다. “이런 기회가 점점 줄어들겠지?” “그럴수록 더 소중해지겠지.” “뭐가? 맛있는 게?” 그 말에 다들 박장대소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맛있는 여행이네?” 겨울바람은 차디찼지만 우리 중 아무도 추워 보이지 않았다. 배가 부르고 마음이 부르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맛있는 음식도 늘 먹으면 싫다고 하지만, 맛있는 순간만큼은 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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