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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스텐트 협진 의무화' 6개월 유예했지만 갈등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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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스텐트 협진 의무화' 6개월 유예했지만 갈등 불씨 여전

입력
2014.11.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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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없는 병원 반발하자

복지부 12월 시행 방침 일단 유예

순환기내과 "혼란 잠시 늦춘 것"

흉부외과 의사들 찬성 입장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시술팀이 심장 질환자에게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시행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은 5~30분만에 끝나고 1박2일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시술팀이 심장 질환자에게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시행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은 5~30분만에 끝나고 1박2일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며칠 전 김모(68)씨는 병원을 찾아 심장동맥 조영술 검사를 한 결과, 다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얼마 전 신문에서 심장내과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으려면 흉부외과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고시를 떠올렸다. 스텐트 시술을 받으려면 순환기내과(혹은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가 반드시 협진한 뒤 흉부외과 의사가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스텐트 시술을 반드시 받고 싶은 김씨는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자칫 가슴을 여는 수술을 하면 자신의 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건강보험을 적용 받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을 수 없는지 문의해왔다.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심장 스텐트 협진 의무화’가 일단 6개월 유예됐다. 복지부가 지난 9월 30일 평생 3개까지로 제한했던 심장 스텐트 건강보험 적용 개수 제한을 풀면서 12월 1일부터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는 발표 내용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바꿨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순환기내과(혹은 심장내과) 간 극한 갈등이 진정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유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텐트 무분별한 남용을 규제하겠다는 명분을 내건 복지부 고시안에 대해 스텐트를 시술하는 순환기내과 전문의들과 병원들이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탁상 행정의 전형이고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는 비겁한 꼼수”라며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고시안에 따르면, 심장내과 의사는 흉부외과 의사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는 사실상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심장수술팀이 없는 66개 병원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진을 위해 24시간 대기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병원들은 스텐트 시술을 막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 고시안이 비현실적인 불합리한 규제를 강요하고, 환자의 협진을 기다리거나 환자를 이송하다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법적인 책임까지 주치의와 병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순환기내과 측 대한심장학회는 “이번 조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최대한 개정된 심장 스텐트 협진 의무화 철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흉부외과 측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6개월 후 고시가 변경이나 철회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6개월 유예 기간 동안 대안 내놔야”

스텐트 협진 의무화에 강력 반발했던 대한심장학회는 이번 유예 조치를 준비되지 않은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며 6개월 유예 기간 동안 표준진료지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옥 대한심장학회 보험이사(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텐트 협진 의무화는 준비되지 않은 탁상행정인데 마치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스텐트 협진을 의무화한 근거로 2010년 유럽심장학회(ESC)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 이는 전혀 잘못된 논거라고 주장했다. 이 가이드 라인은 ‘2010년의 가이드라인은 비효율적이므로 스텐트 시술은 각 병원에서 상의해서 하라’고 2014년에 지침이 바뀌었다. 안태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서도 협진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오동주 대한심장학회 이사장은 “고시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당장 시작했다면 당연히 혼란이 생겼을 것인데 유예돼 다행”이라며 “6개월 시간이 있어 그 동안 지적됐던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 이사장은 “정부를 비롯해 전문가 집단이 논의해 좋은 방향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반면, 흉부외과의사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정부 고시안이 환자 안전과 양질의 진료제공 측면에서 옳다고 강조했다. 선경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은 “지난 9월 30일 복지부 고시 발표 후 심장통합진료에 만반의 준비를 못한 것은 분명히 의사들의 잘못”이라면서도 “정부 고시안은 환자 안전과 양질의 진료제공 측면에서 옳으므로 고시안이 변경되거나 철회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중소병원들은 이번 복지부 조치에도 불구하고 심장 스텐트 협진 의무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스텐트 급여기준 개정고시가 여전히 중소병원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기혁 대한중소병원협회 학술위원장은 “중소병원들은 흉부외과 없이도 스텐트 시술을 잘 해왔고 수술이 필요하면 대학병원에 보내면 됐다”며 “복지부의 고시안대로라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같은 스텐트 시술을 하는 미국 병원 중 30%가 흉부외과 의사 없이 환자를 살리고 있다”며 “복지부가 근거로 제시한 미국 권고안의 고시안은 소송이 발달한 미국이라면 고소 당할 사안”이라고 했다. 다른 전문의도 “‘준비기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6개월 간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는 복지부의 발표문으로 볼 때 ‘스텐트 협진 의무화’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접지 않은 것 같다”며 “스텐트 시술 환자에게 주는 혼란을 6개월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약물코팅 스텐트가 장착된 풍선을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에 삽입하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힌 뒤 스텐트를 혈관벽에 밀착시킨 모습.
약물코팅 스텐트가 장착된 풍선을 관상동맥의 좁아진 부위에 삽입하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힌 뒤 스텐트를 혈관벽에 밀착시킨 모습.

5~30분만에 스텐트 시술 가능

카테터를 넣어 막힌 혈관에 스텐트를 끼워 혈액이 제대로 흐르게 만드는 스텐트 시술은 우리나라에서 연간 5만 건이 시행될 정도로 일반화됐다. 스텐트 시술은 가슴을 절개하지 않아 환자의 부담이 적고, 입원기간도 짧아 하루 만에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시술 시간이 5~30분에 불과하고, 1박 2일 간 입원하면 된다. 반면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잘라내고 건강한 다른 혈관을 이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은 몇 주 이상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수술비도 차이가 많이 난다. 스텐트 시술의 경우 본인 부담금이 100만~130만원이지만, 관상동맥우회술은 본인부담금이 최소한 700만원이다. 현재 관상동맥우회술의 수술건수는 3,308건(국민건강보험공단 2012년 통계)다.

수술할 때 마취하기 어려운 고령환자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스텐트 시술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편, 이전에 3개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됐던 심장 스텐트가 지난 1일부터 무제한 건강보험을 받게 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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