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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추행 교수 사표 수리… 진상조사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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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성추행 교수 사표 수리… 진상조사 외면

입력
2014.11.2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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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유예할 권한 없다"며 면직 처분, 퇴직금·재취업 등 신분 불이익 없어

피해 학생 '비상대책위원회' 등 "학교 측 제 식구 감싸기 위한 꼼수"

서울대 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수리과학부 강모 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강모(53)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27일 사직원을 제출했다. 서울대는 이를 받아들여 면직 처분키로 결정했다. 학교의 진상조사를 모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강 교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서울대 인권센터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강 교수는 성추행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일신상의 이유로 교수직을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면직은 해임, 파면 등 징계에 해당하지 않아 강 교수는 교수를 그만둬도 퇴직금, 연금을 다 받고 재취업 등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또 서울대 인권센터는 교원에 대해서만 조사할 수 있어서 면직된 강 교수에 대한 조사를 더 진행할 수 없게 된다. 학교 측은 “문제가 발생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재발방지 및 교수 윤리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면직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제 식구 감싸기’로 진상규명이 불가능해졌다며 즉각 반발했다. 강 교수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결성한 ‘피해자 X’ 측은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으며 서울대의 면직 처분을 반대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수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강 교수의 사직원을 수리하는 것은 사건을 덮겠다는 것”이라며 “면직 처분 결정을 철회하고 진상규명 후 징계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공무원의 사직원은 소속 기관이 유예할 수 있지만 법인화된 서울대 교수들은 공무원이 아니다”며 “학교는 교수가 낸 사직원을 유예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직원은 강 교수 스스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낸 것으로 생각한다. 징계를 면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면직 결정 이전부터 학교 측이 진상규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2주가 넘도록 강 교수를 불러 조사하지 않고 피해자 실명접수를 요구하는 등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피해자 X’ 측은 “서울대 인권센터는 피해자가 실명으로 접수해야 강도 높은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조사 강도를 자체적으로 조절하고, 추진할 수 없다면 센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피해자들을 대신해 기자회견문을 읽은 한유미 변호사도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알아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강 교수는 지난 7월 서울의 한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며 데리고 있던 다른 학교 출신 20대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강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은 11일부터 사흘간 온라인 등을 통해 추가 피해사례 22건을 모아 ‘피해자 X’를 결성한 후 26일 대학에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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