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행위자 심리치료 의무화됐는데 내년 관련사업 예산 올해보다 깎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으로 학대가해자가 거부하면 그만이던 상담ㆍ교육과 심리치료 이수가 법적으로 강제(보호사건)됐지만 내년 관련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깎여 정부가 재학대 예방에 뒷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보호기관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을 재학대 위험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학대부모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27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가족기능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50가구(피해아동 75명)에서 재학대가 발생한 비율은 단 2%(1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아동학대 판정사례 6,796건 중 재학대 건수가 980건(피해아동 489명)으로 14.4%인 것과 비교하면 재발 방지 효과가 큰 것이다. 가족기능강화사업은 학대행위자의 심리검사와 정신과 치료를 지원하고, 가족 전 구성원을 상대로 상담(총 8회)과 가족캠프(1회)를 진행하는 통합형 접근이다. 하지만 상담원과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아동보호기관의 서비스 제공 22만여건 중 85%가 일회성 상담이었고, 가족기능강화서비스는 2.5%에 그쳤다.
더욱이 이 사업의 내년 예산은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4억2,300만원에서 대폭 깎여 8,200만원만 편성됐다. 올해 예산은 1억원이다. 재학대 건수가 2010년 503건, 2011년 563건, 2012년 914건, 지난해 980건으로 3년 사이 두 배 가량 급증한 실태와 아동학대 특례법의 취지를 외면한 것이다.
특례법에 따라 검찰은 학대치사와 중상해, 상습성, 신고의무자의 학대 등 가중처벌 건이 아니면 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에 넘기고 가정법원은 상담ㆍ치료를 명하는 보호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또 학대행위자가 상담ㆍ교육 등을 받으면 법정에 세우지 않는 조건부 기소유예한다는 게 검찰 방침이다. 검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관계자는 “학대행위자의 교육ㆍ치료는 보호관찰소에서 하고 아동보호기관은 아동치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고 보지만 양쪽 모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아동학대 수사를 돕기 위해 꾸려진 아동보호자문단 단장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범죄에 엄한 잣대를 대겠다며 법을 강화해 놓고 재범률이 높은 학대행위자가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는 예산을 깎으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심리치료비 예산도 올해 2억4,000만원에서 내년엔 2,900만원이 깎인 2억1,100만원만 잡혀있다. 아동보호기관 상담원들은 이 같은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이영선 경기 남양주아동보호기관 상담팀장은 “학대행위자와 아동의 심리 검사ㆍ치료비로 400여만원을 지원받았으나 올해 아동학대 신고 200건 중 학대 판정과 잠재위험사례(재학대 고위험군)가 100여건”이라며 “학대행위자 심리검사ㆍ치료비에 평균 30만원, 피해아동에게는 25만원이 필요한 현실에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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