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 크론병. 몇 년 전 가수 윤종신이 방송에서 크론병을 앓고 있다고 밝힌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비교적 많이 알려진 질환이다. 주로 서유럽 선진국에서 많이 발병했지만, 최근 우리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 인구 10만 명당 크론병 환자 수는 1968년 0.05명에 불과했지만, 2008년 5.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현재 국내 크론병 환자 수는 2013년 기준 1만6,138명으로, 특히 20~30대가 전체의 51%를 차지할 만큼 젊은 층에서 많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내 발병이 늘지만, 크론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 오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는데, 이 면역 반응이 심할 경우 염증이 생긴다. 정상적이라면 면역 반응을 일으킨 요인이 사라지면 염증도 가라앉는다. 하지만 크론병 환자는 요인이 없어져도 염증이 계속되면서 소화관 점막을 비롯한 몸 곳곳에 상처를 입힌다. 전문가들은 유전, 환경, 면역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세균들의 균형이나 면역의 과잉작용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크론병 증상은 염증 부위에 따라 아주 다양하며, 만성적으로 악화와 호전이 반복된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복통과 설사다. 보통 6주 이상 계속되며 배꼽 주위나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나타나고 식후에 더 심해진다. 열 나거나 식욕이 없어지고 몸무게가 줄어 드는 증상도 흔하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염증으로 인해 장에 누공이 생기고, 장 폐색, 복막염 등 합병증이 생겨 장절제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론병 치료에는 항염증제, 부신피질 호르몬제, 면역억제제 등이 많이 쓰인다. 최근 분자생물학적인 기술을 이용해 크론병의 병인에 크게 관여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새로운 약물이 개발돼 쓰이고 있다. 이 TNF 억제제는 크론병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손상된 장 점막을 회복시키고 수술률과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크론병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현재 완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조기 발견해서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가라앉히고 합병증 발생을 억제하면 큰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에 따라 캡슐내시경 등의 보험급여가 확대되면서 크론병 진단에 필요한 검사비 부담도 많이 줄었다. 크론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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