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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야생동물 잡는다더니… 공짜 수렵에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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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야생동물 잡는다더니… 공짜 수렵에 악용

입력
2014.11.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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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사진만 있으면 수렵 허가, 밭 파헤쳐 놓고 신고하는 사례 많아

교수·시의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 멸종위기 보호종 밀렵하다가 적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유해조수 포획제도가 ‘공짜 수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짓 피해를 연출해 공짜로 수렵을 하는 것도 모자라 멸종 위기종을 밀렵하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면서 유해조수 포획제도를 2002년부터 연중 운영하고 있다. 야생동물 개체수 조절을 위해 보통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일정 면적을 정해 운영하는 수렵장과 달리 이 제도는 농작물 피해를 입은 곳의 사진 등만 제출하면 지자체에서 수렵 허가를 내준다. 수렵장은 엽사 1인당 20만~50만원을 받지만 이 제도에 따라 유해조수를 잡는 것은 무료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엽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밀렵감시단을 운영하는 환경부 산하 야생생물관리협회의 김규진 남양주지회장은 26일 “유해조수 포획 허가를 받으려고 돼지족발로 발자국을 찍고 멧돼지가 출몰한다거나, 삽으로 밭을 파헤쳐 놓고 야생동물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현지 실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남양주시에 신고된 유해조수 피해 민원 중 90% 이상이 가짜였다”고 실태를 전했다. 결국 애꿎은 야생동물만 유해조수 누명을 쓰고 사냥을 당하는 꼴이다.

유해조수 포획의 경우 수렵 장소가 지정된 것이 아니어서 관리 감독도 어렵다. 이렇게 공짜 수렵에 나서는 일부 엽사들 중에는 큰기러기, 노란 목도리 담비 등 사냥이 금지된 멸종위기 보호종을 밀렵하다가 적발된 사회 지도층 인사도 있었다.

경기 화성경찰서에 따르면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이모(64) 교수와 정모(66) 전 시흥시의원 등은 이달 8일 오후 3시쯤 경기 화성시 송산면 야산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동물로 지정된 큰기러기를 밀렵하다가 현장에서 단속반에 적발된 후 불구속 입건됐다. 이 교수는 2009년 건설공사 입찰참가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제보한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과 참여연대의 의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들이 잡은 큰기러기는 오리보다 맛있고 살이 많아 한 마리에 20만원을 호가하다보니 밀거래가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피해 민원이 발생한 지자체에 연고가 있는 엽사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한 환경부의 유해야생동물 처리지침도 어겼다. 화성시에 사무실을 둔 A수렵단체 회원이지만 화성시에 거주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리라고 생각하고 쐈다가 생긴 사고다. 내가 쏜 것은 큰기러기가 아닌 쇠기러기”라고 해명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유해조수 포획을 한 데 대해서는 “해당 환경부 지침은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인모 야생생물관리협회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유해조수 포획제도를 악용한 일부 엽사들의 일탈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법정협회인 야생생물관리협회를 중심으로 수렵인들을 관리하고 밀렵을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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