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되면 공개" "자체안 검토 중" 시간 끌기 모드
"입법 기능 포기… 무책임" 비난 일어, 내년 제시 방침에 동력 상실 우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될 때까지는 확정안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긴 했으나, 자체 방안도 없이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반대하는 격이어서 정당의 입법 기능 자체를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강기정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관련 “수백 가지의 시뮬레이션을 상정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개혁안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지면 공개하겠다”고 못 박았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중ㆍ하위직 공무원 연금은 현행수준으로 유지하되, 고위직 공무원은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국민 눈 높이에 맞춰 (연금액) 최고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는 개괄적인 방향만 언급했다. 새정치연합은 내부적으로 공무원 기여율의 경우 현행 7% 보다는 높지만 새누리당이 제시한 10% 보다는 낮은 선에서 책정하고, 연금 급여율은 현행 1.9%에서 1.4% 수준까지 낮추는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방식을 적용하는 새누리당 안과 달리, 신규 공무원도 재직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당의 방안을 성안하는 것보다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조속한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만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에는 부정적인 터라 야당의 반대 속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이 당 자체 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 유족 측과 여당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공무원 노조와 여당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TF 핵심 관계자는 “야당 안을 제시하는 순간 야당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는 프레임으로 갈 수 있다”며 “공무원연금이란 게 노사 관계로 치면 정부와 공무원들 사이의 문제인 만큼 당사자들 간의 논의가 우선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대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개혁안을 반대하는 꼴이어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포기한 ‘무책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날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에서 야당의 반대로 공무원연금개혁안 상정이 무산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158명이 공동발의한 법안을 국회에서 상정조차 못하고 논의의 통로를 막는 것은 정말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옳지 못한 처사”라며 압박했다.
야당은 내부적으로는 내년 4월쯤 자체 개혁안을 제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TF에선 “2016년부터 적용되는 법이라 내년 4월까지만 개정하면 된다”며 “정기국회를 마무리 짓고 사자방 국정조사와 함께 띄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연금개혁안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개혁 동력이 떨어져 결국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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