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아진 디제잉
고가 장비값에 엄두 못내다가
노트북에 컨트롤러 있으면 가능
저변 넓어진 댄스스포츠
스트레스 풀고 몸매 관리 효과
밤 10시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위치한 펑키라운지 클럽 도조라운지(Dojo Lounge)에 경쾌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이 울려 퍼졌다. 주말을 맞아 경리단길을 찾은 연인들, 핼러윈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여 맥주를 마시던 이들이 클럽에 울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소리를 질렀다. 시계바늘이 자정에 가까워지자 인파가 더 몰렸다. 새벽 1시30분이 지나자 클럽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한쪽 스테이지에서 20, 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11월 1일 도조라운지의 분위기를 이끈 디제이(DJ)들은 아마추어 파티크루 갓잼(Got Zam)의 멤버들이었다. 디제이 3명, 파티크루 6명 등 직장인 9명으로 구성된 갓잼은 이날 처음 무대에 섰다. 지난해 7월 인터넷과 록페스티벌 등을 통해 알게 된 멤버들은 시간 날 때마다 해외 유명 디제이들이 참석한 페스티벌을 보러 다니다 직접 파티를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날 디제이로 무대에 선 3년차 직장인 김지훈(28)씨는 “디제잉을 시작한 지 6, 7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한 것도 한 달밖에 안 된 초보”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베드룸 디제이(집에서 혼자 디제잉 연습을 하는 디제이)를 해온 멤버가 갓잼에 합류하면서 파티 호스트가 돼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러던 중 도조라운지가 초보 파티크루에게도 호의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사장님께 연락해 공연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이 ‘초짜’ 디제이들은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다음달 27일 같은 장소에서 또 한번 파티를 연다.
고가의 장비와 정보비대칭 탓에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디제잉이 최근 일반인의 취미 생활로 자리잡고 있다. 예전에 비해 저렴해진 장비 가격과 인터넷을 통한 활발한 정보공유 덕분에 이색취미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저변이 넓어졌다. 아마추어 디제이들은 통상 노트북컴퓨터에 80만~100만원, 디제이컨트롤러에 85만원 정도를 투자한다. 여전히 큰 돈이 들지만 장비 값으로 수백만~수천만 원이 들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더 적은 돈으로 무대에 서는 것도 가능하다. 평소 사용하는 노트북컴퓨터만 있다면 도조라운지에 비치된 컨트롤러를 사용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연할 수 있다. 대관비가 드는 것도 아니다. 대신 공연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에게 ‘매출 담당’을 부탁하는 정도의 센스는 필요하다. 디제잉과 EDM에 대한 정보는 댄스뮤직 웹 매거진 ‘빌로우(Below)’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또 다른 분야 댄스스포츠는 이제 회원수 2,000명 이상의 동호회가 생겨날 정도로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처드 기어가 출연한 영화 ‘쉘 위 댄스’(2004)를 본 후 댄스스포츠에 입문했다는 직장인 이문휘(28)씨는 매주 토요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댄스스포츠 동호회 클럽메디앙스의 연습실을 찾는다. 점심을 먹은 후부터 밤 9시까지 적게는 30~40명, 많게는 70~80명의 동호회 회원들과 춤 추며 주말을 보내는 것도 모자라 화ㆍ수ㆍ금요일에는 오후 9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이씨는 “모던댄스의 두 장르인 왈츠와 탱고를 주로 추고 있다”고 말했다.
2년 10개월 전 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세 번이나 댄스스포츠 대회에 참가했다. 많은 시간과 땀을 들인 만큼 올해 3월 처음 출전한L&B대회에서 단종(왈츠)부문 2위, 7월 JS댄스 페스티벌에서 이종(왈츠ㆍ탱고) 1위, 10월 KP대회에서 이종 2위를 차지했다.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몰입하는 만큼 많은 돈이 들었을 거라 생각되지만 이씨는 댄스스포츠에 그다지 큰 돈을 투자하지 않았다. 특히 순수 취미로 매주 연습실에서 춤만 출 계획이라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 토요일 오후 7시 연습실을 방문하면 비회원 5,000원, 회원 3,000원의 가격으로 춤을 추고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연습실에서는 드레스가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춤을 추기 때문에 의상비가 들지도 않는다.
이씨처럼 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감당이 안 될 정도의 돈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드레스는 공짜 대여가 가능하고 굳이 구입을 원한다면 몇 만 원짜리도 많다. 이씨처럼 파트너와 함께 옷을 맞춰 입고 대회에 나가면 70만원 선에서 전문가가 입는 것 못지 않은 드레스를 구입할 수 있다.
연습실 대관료와 강사료는 보통 주1회씩 총 8회에 10만원 내외를 내고, 매년 호텔에서 열리는 동호회 창립 파티는 5만원, 연습실에서 열리는 분기 파티는 1만원으로 참석할 수 있다.
이씨는 “춤을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일부 있지만 실제로 댄스스포츠 동호회에 나와보면 건전한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몸매를 잡아주는 운동효과는 물론 회원들의 건강한 웃음을 보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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