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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정도껏

입력
2014.11.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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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밥을 먹다가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잘 알다시피 말다툼에는 이성과 논리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친구라는 관계가 개입되면 사정은 복잡해진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친구의 뜻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우리는 ‘오래’라는 시간과 ‘가깝게’라는 거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서로의 신경을 긁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도중 누가 언제 줄에서 떨어질지 몰랐다. 참다 못한 다른 친구가 말했다. “정도껏 하자, 우리.” 그 말에 나와 친구는 순식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집에 오는 길에 사과 문자를 보내며 정도에 대해 떠올렸다. 하다못해 신용카드에도 한도가 있고 친절도 도가 지나치면 불편하게 마련인데, 친구라는 대상을 그간 너무 편하게만 대해온 건 아닌지 적잖이 후회가 들었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정도가 지나친 발언을 했다면 우리의 시간과 거리에는 선명한 금이 갔을 것이다. 그 금을 메우려면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이 예까지 미치자 눈앞이 아찔했다.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은 선을 넘는 것이다. 선을 넘은 자는 누군가의 세계에서 이탈하게 된다. 그 세계의 울타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견고하면 견고할수록 내가 다시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문자로는 개운치 않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는 미안.”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했다. 정도를 넘을 뻔했던 방금 전을 떠올리며 둘 다 나직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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