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O스트링콰르텟 내달 10일
작곡가 유진선의 곡으로 연주회
작곡가 유진선(45)씨가 2003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11명의 연주자를 위한 실내악’의 꿈을 다시 펼친다. 현악 4중주단인 KCO스트링콰르텟이 12월 1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여는 제13회 정기연주회를 유씨의 현악4중주곡으로 채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유씨가 2008년 이후 써 온 세 작품이 연주된다. 고대시가의 독특한 운율법과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음악적으로 병치한 ‘Iambus’, 음과 음 사이의 간격이 서서히 변하며 역동감을 만드는 ‘Gap’, 혼돈의 정점에 있는 ‘사흘 밤 사흘 낮’ 모두 창작음악에 비중을 두는 KCO의 위촉으로 탄생했다. 유씨는 “극도의 혼돈에서 공허로 끝나는 3번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이 곡을 “현대판 수난곡”이라고 표현했다. 전통 화음의 세계와 완전히 결별하는 비조성의 음악이지만 이를 통해 종교성을 보여주었다는 만족감 때문이다. 멀찌감치 떨어진 행성의 움직임을 묘사해 존재의 고독감을 그려낸 2번은 수난 받기 전 인간의 고립을 나타낸다. 기독교인인 그의 신앙심이 이들 곡을 관통한다.
유씨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국립음대 모차르테움 등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발렌티노부키 국제콩쿠르 등에서 우승했다. 서울대 스튜디오2021 초청 작곡가로, 현대음악에 강한 연주단의 위촉을 받아 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연주회를 갖는 KCO스트링콰르텟에 대해 “기교적으로 탁월하고 학구적인 팀”이라고 말했다. KOC스트링콰르텟의 제1 바이올린 주자 임재홍(41)씨는 “음악적 아이디어가 선율적으로 잘 흘러가는 곡”이라고 유씨의 곡을 평가한 뒤 “찍찍거리는 소리(질식음), 손가락이 줄을 튕기고 지판에 닿아 내는 음효과(바르톡 피치카토), 바이올린을 타악기로 취급하는 등 악기의 특성을 살린 주법 등을 지켜보면서 청중도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각각 20여분 걸리는 세 곡을 보다 잘 이해하도록 유씨는 연주 시작 전 무대에 나가 해설도 한다. 위촉을 받아 작곡한 곡의 연주회가 늘면서 3년 전부터 해오는 직접소통 방식이다. 그가 작품 발표회에서 막을 내린 뒤 관객과 담소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유씨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몰두한 것은 적은 음 재료들을 세분해 음악을 만드는 ‘토털 미니멀리즘’이다. ‘현대작곡 입문’이란 저작에 매료돼 찾아가 배운 폴란드 작곡가 셰퍼, 여성답지 않은 대담한 표현의 작곡가 횔스키를 스승으로 두고 있다. (02)581-540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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