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유럽의회를 방문해 유럽의 노쇠화를 우려하며 유럽 재건 노력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유럽이 세계의 주인공 자리에서 점점 더 밀려나고 있다”며 이같이 연설했다. 또 노쇠화로 비옥함과 활기를 잃은 유럽을 할머니에 비유하며 “유럽의 위대한 사상들이 매력을 잃었고 관료주의적 기술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이 단합해 대응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중해가 난민들을 수장시키는 거대한 무덤이 되는 것을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EU가 공동대응을 미루면 인권 악화와 노예노동 및 사회적 긴장 확대 등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교황의 이 발언은 지난 5월 선거로 유럽의회 내 세력을 늘린 민족주의와 반EU, 반이민 정당들을 겨냥한 충고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유럽을 ‘갈 길 잃은 지친 대륙’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출산율은 떨어지며 돈이라는 우상에 굴복한 사람들이 소외계층과 노인을 열악한 상황에 몰아 넣는다고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의원들은 교황의 연설 시작과 끝에 기립 박수를 쳤다. 또 교황이 매일 수천 톤의 음식이 버려지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기아로 사망해 가는 것이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일이냐고 말하자 의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나는 여러분이 보내는 박수갈채에 교황이 많은 이들과 닿을 수 있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에 다가가 “당신은 우리가 방향을 잃었을 때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 77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2월 즉위한 이래 가톨릭 교화의 성장 가능성이 큰 아시아에 집중하며 유럽은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이번 방문에 관심이 쏠렸다. 역대 교황의 유럽의회 방문은 1988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에 이어 2번째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4시간의 짧은 일정만 소화한다. 교황은 지난 9월 유럽 첫 방문국으로 EU 회원국이 아닌 알바니아를 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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