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 하나 같은 표정 없는 불상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이곳은 경북 김천 직지사 비로전이다. 대웅전 다음가는 큰 전각으로, 1,000개의 불상을 모시고 있다고 해서 천불전(千佛殿)이라 불린다. 고려 초기 경주 남산의 옥돌로 만들었다는 이 불상들은 임진왜란 때 일부가 분실돼 정조대에 이르러 천불상으로 수를 맞추었고 2005년 화재를 겪은 후 칠을 통해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각각의 표정을 한 천불 사이에는 벌거벗은 동자승이 숨은 듯 서 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한 여성이 한눈에 동자승을 알아보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속설로 인해 한 때 아들 낳기를 소원하는 여성들로 붐볐다. 지금이야 딸이 더 귀한 세상이니 오래전 이야기다. 전남 해남의 대흥사와 경기 강화 보문사에서도 다양한 천불상을 만날 수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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