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계약한 학원 강사도 근로자로 인정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 조한창)는 공인회계사·세무사시험 학원업체인 A사가 “강의계약을 위반해 발생한 위약금을 지급하라”며 강사 정모(40)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씨와 A사 사이의 위약금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회계사·세무사 시험 전문 강사인 정씨는 2011년 3월 A사와 ‘강의료의 50%를 받고, 정당한 이유 없이 강의를 하지 않거나 다른 학원으로 이적할 경우 위약금 2억원을 낸다’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듬해 학원 사정상 강사료가 높은 종합반 강의가 불가능해 수입이 떨어지자 A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
이에 A사는 “위약금 2억원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정씨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고 둘 사이에 체결된 계약을 유효로 인정, A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계약의 유효성을 다투기에 앞서 정씨와 같은 전속 강사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인지부터 살펴봤다. 현행 근로기준법 20조는 사용자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는 사람에게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등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정씨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정씨가 학원에서 지정하는 장소와 시간에 강의를 제공했고, 학원 운영과 강의 개설 등을 계획한 주체는 A사”라며 “정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학원에 종속돼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이는 이상 위약금 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싸와 정씨 사이에 ‘강의교재를 다른 곳에서 출판하지 않는다’는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 정씨에게 관련된 손해배상금 2,560만원을 A사에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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