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주 모르게 빠져나간 1억2,000만원…경찰 수사에도 ‘미궁’
농협 예금통장에서 예금주도 모르는 사이에 1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이 빠져나가 경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끝내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24일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월1일 이모(50ㆍ여)씨가 자신의 통장에서 1억2,000만원이 빠져나갔다는 피해 신고를 접수받고 2개월여 동안 수사를 벌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의 계좌에서 6월26일부터 28일까지 41차례에 걸쳐 회당 약 300만원씩 다른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의 돈이 송금된 계좌가 제3자 이름으로 된 ‘대포통장’이며 송금된 돈은 전액 텔레뱅킹을 통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IP 추적 결과 접속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씨의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사용 기록에서 통장 거래 내역과 일치하는 접속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범행 수법이 보이스피싱이나 텔레뱅킹 범죄와는 달라 범인은 물론 계좌 접근 방식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대포통장 명의를 빌려준 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의 전화 기록에 텔레뱅킹 흔적이 나타나지 않아 범행 수법이나 용의자 단서를 전혀 찾지 못했다”며 “나중에 단서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범인 불상자’ 기소중지 의견으로 송치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농협 측은 “텔레뱅킹 이체는 고객 계좌번호, 통장 비밀번호, 자금이체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고객전화번호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이들 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는 고객의 고의·과실이나 금융기관 내부의 유출에 의한 것인데 자체확인 결과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농협은 “손해보험사에 전자금융배상책임보험 청구를 의뢰했고 현재 보험사에서 보상심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광양=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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