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력 관리 ICT 이전 심혈
수만개 케이블 연결 모의훈련 거쳐
주말내내 설치...업무 공백 최소화
24일 오전 전남 나주시 광주나주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새 사옥. 한쪽에서는 이날 새 집으로 첫 출근한 직원들이 지난 주말 서울 삼성동 사옥에서 옮겨 온 짐들을 정리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직원들이 빈 사무실을 오가며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이 곳은 다음달 1일 한전의 ‘나주 혁신 도시 시대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정리가 한창이었다.
한전 본사 인력 1,531명과 삼성동의 설비 대부분을 옮기는 이번 이사는 ▦기간(23일) ▦비용 (94억원) ▦동원 장비(무진동 트럭 30대, 5톤 트럭 834대) 등 모든 면에서 역대 공공기관 이사 중 최대 규모다.
한전 사옥관리팀 박일재 차장은 “전기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회사 특성 상 단 1초의 끊김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사무실이나 설비 모든 것을 마치 공간이동을 한 듯 원래 자리로 옮기고 있다”며 “4개 조로 나눠 삼성동에서 금요일 업무 후 짐을 싸고 일요일에 나주 사무실에서 짐을 받아 정리하는 릴레이 이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15년 넘은 책상이나 비품도 버리는 것 없이 거의 다 옮기다 보니 이사 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이날 첫 출근한 3조까지 80% 가까운 인력과 설비가 이사를 마쳤다.
특히 한전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전력공급 정보시스템(ICT)을 옮기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1,228대 초정밀 설비로 꾸며진 이 시스템은 전국 방방곡곡 300개 가까운 사업소를 그물망처럼 연결해 전력의 원활한 흐름을 관리 하는 ▦송변전 시스템 ▦신호를 교류하는 송변전 설비 관제 시스템과 더불어 ▦한전 내부 포털시스템을 관리한다.
정보기술처 장동원 처장은 “서버의 전원을 끄고 분리하는 데만 9시간 넘게 걸린다”며 “수 만개 케이블을 빼고 꽂는데 작은 실수라도 있으면 고장까지 일어날 수 있어 3번이나 모의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서버는 특수화물 운송로봇을 이용해 옮겼고 분해 한 서버는 대 당 1억 원 넘는 무진동 차량에 실어 서울경찰청,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등의 보호를 받으며 교통량이 가장 적은 새벽에 조심조심 실어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옮겨 온 서버는 나주에 새로 마련된 ‘통합 ICT 센터’에서 주말 내내 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나주에 새 둥지를 튼 직원들은 업무 공백 최소화에 주력하는 한편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쓰고 있다. 정보기술처 이세영 차장은 “이사 온 이후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동료들과 여러 가지 얘기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많아졌다”며 “고향이 광주라 주변 맛집, 여행가기 좋은 곳들에 대해 동료 직원들의 문의에 답하느라 정신 없기도 하지만 기분 좋은 분주함이다”라고 밝혔다. 업무지원처 김병욱 대리는 “몇 차례 지방 근무를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힘들어 이번에는 가족이 다 내려왔다”며 “나도 나지만 가족들이 낯선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업무지원처 이호준 대리는 “북적거리지 않고 출퇴근 할 수 있어 좋다”며 “출퇴근 시 절약한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취미와 공부거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보기술처 이동은 차장은 “첫 지방 근무라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시다”며 “아직 혁신 도시 주변 공사가 한창이라 그런지 밤에는 가로등도 잘 켜지지 않아 길을 오갈 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나주혁신도시 측도 새 입주자의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 노력 중인데, 특히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김민석 나주시혁신도시정보단 팀장은 “그 동안 나주로 이사 오는 16개 공공기관 직원과 나주의 기존 공공기관 미혼 직원들끼리 단체 미팅 행사를 열어 서너 커플이 좋은 결실을 맺었고, 이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 공무원들이 나서 이사 오는 기관 직원들과 취미 활동을 함께 하면서 적응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주=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