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ㆍ벤처기업에 자금과 노하우, 연구개발 등을 원스톱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잇달아 문을 열고 있다. 어제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했다. 지난 9월 대구, 10월 대전에 이어 세 번째다. 전국 17개 시·도에 한 곳씩 순차적으로 들어서게 될 센터는 정부와 대기업이 손잡고 유망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제품화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대전에 이어 전북 혁신센터 오픈 행사에 참석, 창조경제 육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는 전북을 세계 최고 탄소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키로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효성그룹이 앞장서 ‘미래 소재의 쌀’로 불리는 탄소섬유에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효성은 또 중소기업 벤처창업 펀드에 200억원, 전라북도와 공동으로 탄소밸리 매칭펀드에 100억원을 쏟아 붓고, 내년 7월까지 20여개 유망 탄소 벤처기업을 뽑아 자금과 경영, 판로개척 노하우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와 대기업, 중소 벤처기업이 함께 손잡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뭔가 작품을 만들어낼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실 시장지배력이 있는 대기업과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들을 서로 묶어 주는 구상은 장점이 많다. 효성처럼 지역연고 대기업들이 멘토 역할을 하면서 중소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준다면 1, 2년 안에 가시적 성과도 나올 수 있다. 창조경제가 뿌리내리게 하려면 크고 작은 성공 사례들의 축적과 확산이 필요하다.
문제는 시행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의 모습만 보인다는 점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중소 벤처기업이고, 이들의 지속 가능한 창의력이 가장 큰 자산이다. 정부의 지원 아래 대기업이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건 좋지만, 모든 것을 떠맡고 주도해 간다면 벤처기업의 창의력이 충분히 발휘될 지 의문이다. 대기업을 앞세운다고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패러다임이다. 지금까지의 선진국 모방과 추격에서 창조와 혁신을 앞세운 경제구조로 전환하려면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이들이 창업자금을 손쉽게 조달하고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대기업은 이들의 우수기술을 사들이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
창조혁신센터가 ‘도전과 성공, 회수와 재도전’이라는 창조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는 공간이 되려면 좀더 중소ㆍ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대기업의 등을 떠밀어 조기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창조경제가 번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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