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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후원-불법적 로비 경계 모호… 걸릴 수도 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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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후원-불법적 로비 경계 모호… 걸릴 수도 면할 수도

입력
2014.11.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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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검경 수사 중인 사건 4건… 3건은 '쪼개기 후원금'이 문제

수사 대상 새정치 28명·새누리 2명 "야당 길들이기 수사" 비판 일기도

올해 들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입법로비 의혹 수사가 잇따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의사당을 나서는 국회의원들의 뒷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들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입법로비 의혹 수사가 잇따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의사당을 나서는 국회의원들의 뒷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정치권은 잇따르는 입법로비 의혹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사당국은 국회의원들이 입법권 행사를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며 칼을 겨누고 있지만, 의원들은 정당한 의정활동인데다 후원도 합법적으로 이뤄져 문제가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입법을 매개로 한 대가성 여부이지만, 현행 정치자금법 하에선 이를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정치권 재갈 물리기 수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합법ㆍ불법 경계 모호한 ‘쪼개기 후원금’

검찰과 경찰이 현재 수사중인 입법로비 의혹 사건은 모두 4건. 이 중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의 학교 명칭 변경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쪼개기 후원금’이 문제가 됐다. 특정 이익단체와 회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요구하고, 이를 대가로 조직원들을 동원해 소액 후원금을 모집해 건넸다는 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게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후원금은 선관위에 신고된 합법적 계좌로 개인후원(최대 500만원)만 받을 수 있고, 법인과 단체로부터는 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특히 수사당국은 개인 명의로 내더라도 ‘국내ㆍ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31조 2항)는 조항을 내세워 ‘쪼개기 후원금’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개인이 냈더라도 법인이나 단체의 조직적인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면 현행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의원실 입장에선 이처럼 개인을 ‘가장’한 법인ㆍ단체의 후원금을 가려 낼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행 후원금제도에선 1회 10만원 이하, 연간 120만원 이하 등의 후원금은 개인이 익명으로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명을 밝히더라도 소속 단체를 밝히지 않아도 돼 조직적 모금 여부를 알 없다는 게 의원들의 하소연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일이 전화해서 어디 소속이냐, 왜 후원했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대가성 여부 검증은 더욱 어려워

입법의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란이다. 수사당국은 문제가 된 법안들은 한결같이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주고 있고, 법안을 만들기 전 이들과 사전에 접촉했다는 정황이 확보된 이상 충분히 대가성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무조건 불법로비에 따른 입법활동으로 볼 것이냐는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각종 법안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은 정당하고 필요한 입법활동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모든 법안마다 일정 부분 관계되는 단체의 요구나 요청이 들어가 있는 게 현실인데 이런 식으로 따지면 정부가 발의하는 법안도 입법로비가 없는지 수사해야 한다”며 입법권 침해를 우려했다.

법안 통과 이후에 후원금을 낸 것도 입법로비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입법로비 대가로 출판기념회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된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의 경우 사립유치원의 차입 경영 등을 합법화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해 4월 통과됐지만 출판기념회는 9월에 열려 사전 로비 성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법안 내용 자체도 특정단체에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무리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치과협회 입법로비로 문제가 된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자격증을 지닌 의사가 2개 이상 병원을 경영ㆍ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고 규정해 외형상으로는 의사 직군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의원실에서는 “네트워크 병원이 프랜차이즈화 돼 상업성에만 치중할 수 있어 의료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野 의원만 줄줄이… “‘망신주기’ 편파 수사”

4건의 입법로비 수사 가운데 3건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야당 탄압’이라는 반발도 부르고 있다.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의원이 모두 28명에 달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2명에 불과하다. 물론 치과협회 입법로비 의혹이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른 것이어서 수사선상에 오른 야당의원 숫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이 역시 정치적 판단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에서는 ‘기획수사’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양승조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양 의원이 최고위원 시절 했던 박근혜 대통령 모독 발언에 대한 괘씸죄 차원으로 고발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전했다. 입법로비의 신호탄이었던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금품수수 의혹 사건의 경우 당시 송광호ㆍ조현룡ㆍ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철도 및 해운비리가 적발되면서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끼워 넣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검경이 수사 진행 상황을 일일이 중계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정치권 길들이기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연합의 한 율사 출신 의원은 “입법로비라는 딱지를 붙이고 나면 의원들 입장에선 의정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입을 봉쇄하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력을 약화시키려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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