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인증절차 복잡" 불만 쏟아져… 소송 줄이려는 꼼수 의혹 제기도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이 오답처리 됐던 재수생 이모(19)씨는 세계지리 성적이 재산정된 지난 20일 성적통지표 온라인 발급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복잡한 본인 인증 절차 때문에 성적을 확인하지 못했다.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성적통지표를 발급받으려면 휴대전화번호나 인터넷 개인 식별번호(i-PIN)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씨는 재수하면서 휴대전화를 없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봤으나 ‘본인 정보와 불일치’해 실패했고, i-PIN 아이디를 새로 만들어 로그인을 했지만 확인 첫날 서비스가 불안정했던 탓에 성적 확인 창이 뜨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다음달 은행에 가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은 뒤에야 홈페이지에서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을 전원 정답처리하면서 바뀐 성적을 수험생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확인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해당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평가원이 소송 규모를 줄이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수능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학생들을 대리했던 변호사와 출제 오류 문제를 제기했던 세계지리 강사 등도 성적표를 수험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험생들이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현철 변호사는 “수능성적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때는 송달 받을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행정절차법 제14조 3항에 따르면 행정처분을 송달 받을 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송달 대상자가 지정한 전자우편주소 등으로 보내야 한다”며 “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한 ‘공고’만으로는 송달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했던 박대훈 전 EBS 강사도 “오류가 있는 문항을 푼 모든 학생들이 피해자임에도 학생들은 대학에 불합격했을 때만 피해자나 소송 대상자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성적 통지를 개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이거나 소송 규모를 줄이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평가원 측은 “원래 수능 성적표는 학교에 전달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교부했던 것”이라며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작년 수험생들의 개인 주소를 모두 알 수 없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 수험생들은 “수능 원서를 접수할 때 주소도 기입하는 데 주소를 모른다는 건 핑계”라고 지적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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