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교수들 알린 비리내용 “진실로 볼 이유 있다” 판단
사학비리 사건으로 수사선 상에 오른 이인수 수원대학교 총장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인 대처가 비판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법원이 수원대 사학비리를 언론에 알린 소속 교수들을 파면한 학교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이승한)는 수원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운학원이 “교수들에게 내린 파면처분 취소 결정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학교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원대 교원징계위원회는 2013년 12월 배재흠, 이재익, 이상훈 교수에 대해 “총장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사학비리 등을 주장한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 학교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사유 등으로 징계를 의결하고 파면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배 교수 등은 지난 4월 “기자회견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파면 절차에 절차상 하자도 있다”며 교원소청심사위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며, 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 파면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수원대 측은 “절차적 하자는 모두 해결됐으며, (학교 명예 훼손 등의) 징계 사유에 따른 징계양정도 적절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교수들에 대해 이사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징계를 결정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징계의결 이후에 열린 (형식적인) 이사회로는 절차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며 교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어 교수들의 주장과 행동에 법리적 문제가 없고 징계사유에도 해당되지 않아 파면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수들이 언론에 알리거나 주장한 사실들의 경우, 이들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내용을 알린 행위의 공익성도 인정돼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가 수원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진실이거나 진실이라 믿을 수 있다고 인정한 내용은 ▦학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을 교육에 쓰지 않고 과다한 적립금으로 쌓아놓은 점 ▦수원대가 2011년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출범 당시 수억 원의 대학발전기금을 재단회계로 처리해 TV조선에 50억 원을 출자해 감사원이 같은 해 학교에 “대학발전기금 전액을 교비회계로 되돌려 놓아라”고 지적한 점 ▦이 총장이 수원대의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 등 크게 3가지다.
재판부는 특히 이 총장이 배재흠 교수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부분도 인정사실로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이 부분을 지적한 이재익 교수의 글은 이 총장에 대한 모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도 판시했다. 이 총장은 지난해 11월 배 교수 등과 면담 과정에서 ‘쓰레기 같은 놈’, ‘개떡같은’, ‘인간쓰레기만도 못한’ 등의 표현을 쓰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이 사실에 대해 항의하는 글을 수원대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수원대 교수협의회와 참여연대 등은 선고 이후 “판결을 통해 수원대와 이 총장의 온갖 문제점이 다시 한 번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검찰, 교육부, 국회 등이 수원대와 이 총장의 불법·비리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대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송과 별개로 참여연대는 ▦기부금 50억원 횡령, TV조선 투자로 배임 ▦학교시설 공사비 과다책정 ▦적립금 예치은행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용으로 500억원 편법 대출 등의 혐의로 이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교육부도 이 총장의 33건의 비위 중 ▦장남 허위 졸업증명서 발급 ▦교육용 기본재산의 부당 임대로 8억여원 횡령 등 4건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수사에 나선지 5개월이 됐지만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만 마쳤을 뿐 수원대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 총장 출국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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