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수천명의 주민증 위조… 불법개통 뒤 단말기·유심칩 팔아넘겨
범행 발각 우려 '무회선자' 타깃 대리점도 결탁… 40여명 사법처리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있는 노인 등 사회취약계층 수천명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휴대폰을 불법 개통한 뒤 범죄용 대포폰 등으로 팔아 넘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휴대폰이 개통돼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요금이 부과된 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통신사 측에서 보낸 채권추심업자를 만난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요금을 받지 못한 통신사는 총 40억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문서위조, 사기 등 혐의로 김모(40)씨 등 25명을 구속기소하고 신모(34)씨 등 15명을 불구속하는 등 총 46명(도주에 따른 기소중지 6명 포함)을 사법처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신분증 위조책, 휴대폰 개통책, 장물범 등으로 나뉘어 점조직처럼 활동하며 범행에 나섰다.
우선 위조책들이 개인정보 판매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구입한 뒤 약 3,000명의 주민증을 위조하고, 별도 입수한 주민증 사본 2,000장을 이용해 총 6,000대 가량의 휴대폰을 개통했다. 휴대폰 대리점과 결탁해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은 ‘무회선자’만을 골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약 100만원에 구입한 불법 신분증위조프로그램으로 홀로그램까지 입힌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든 후 인당 40만원을 받고 휴대폰 개통책에게 판매했다. 위조된 신분증은 조잡한 면이 있지만, 스캔 등을 통해 사본을 받아보는 통신사는 구분해내기 어려웠다고 검찰은 밝혔다.
위조 주민증을 받은 개통책들은 대당 80만~1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스마트폰을 개통했으며, 대리점들은 이를 도와주며 통신사에서 대당 20만~40만원씩 지급하는 개통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전국 3개 대리점이 이용됐으며, 개통책이 직접 운영하는 대리점도 있었다.
불법 개통된 휴대폰 단말기는 유심(USIM)칩과 분리돼 장물업자에게 대당 50만~60만원에 넘겨진 뒤 중국 등 해외로 판매가 됐으며 유심칩도 20만원 정도에 장물업자에게 넘겨졌다.
검찰은 이 유심칩들이 중고 단말기에 꽂혀 ‘대포폰’으로 악용되거나 소액결제, 불법 스팸문자 발송,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신지체장애 1급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40대 남성에게 410여만원의 통신요금과 소액결제대금이 청구되는 등 휴대전화 명의자들에게는 수십만∼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요금폭탄’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명의를 도용 당한 피해자들 가운데는 평생 휴대폰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피해자들로부터 실제 요금을 받지는 않았으며, 통신사 등의 피해액은 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은 신규 개통한 휴대전화가 3개월간 일정 통화량이 없는 경우 통신사가 이를 알아채 수수료까지 환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피할 수법까지 고안하기도 했다. 판매한 새 휴대전화의 고유식별번호(IMEI)를 복제해 다른 중고 단말기에 입력, 전화기를 계속 쓰고 있는 것처럼 통화량을 발생시켜 통신사의 눈을 속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