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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은 신국제질서의 핵심축

입력
2014.11.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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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면서 감회가 남달랐다. 25년 전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탈냉전이라는 전환기에서 한국은 호주와 함께 APEC 창설을 주도했고, 필자도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1차 APEC 각료회의 출범 만찬연설에서 호크 호주 총리는 “아태지역 북단의 한국과 남단의 호주가 전례 없이 중요한 국제적 협의체의 창설을 위한 역사적 돌파구를 만들어 냈다”고 언급했다. 필자와 비숍 호주 외교장관이 이번 각료회의에서 이 부분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금년은 APEC 창설 25주년이고, 내년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공동체 출범 원년이자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출범 10년이다. 아태지역의 통합과 연계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10~16일 중국, 미얀마, 호주에서 전례 없이 연쇄적으로 개최된 APEC, EAS와 ASEAN+3, G20정상회의는 참석수준과 회의결과 측면에서 크게 주목된다. 특히 시리아, 이슬람수니파무장단체(ISIL), 우크라이나, 에볼라, 기후변화, 저성장, 통화정책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제사회가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해법 모색을 위한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호주 브리즈번에서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 연설한 것은 현 정세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APEC에서 박 대통령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 필요성을 강조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포괄하는 역내 경제통합의 방향을 제시하고 역내 연계성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했으며, 정상회의 결과물로 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이 채택됐다.

동아시아 최고의 정상급 전략협의체인 EAS에서는 다양한 지역 및 국제 현안에 대한 공조 필요성이 강조되고, 강력한 북한 비핵화 메세지가 의장성명에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EAS의 미래발전방향을 제시해 호응을 받았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과거보다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ASEAN의 신뢰구축과 협력과정처럼 동북아에서의 평화협력을 위한 다자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머지않은 장래에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추진과 이를 토대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희망했다. 이는 동북아의 갈등 상황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면밀히 준비해 온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외교 노력의 일환이다. 한중일 협력과 같은 우리의 접근 전략은 한미일, 한미중 협력 등과 함께 장기적으로 남북러, 남북중 등 소다자 협력을 촉진하고 양자간 긴장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연쇄다자회의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G20에서는 저성장이 일상화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우리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구조개혁 노력과 창조경제 추진 성과를 소개해 국제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양자회담과 수많은 비공식 협의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한중 FTA를 실질적으로 타결하고 한ㆍ뉴질랜드 FTA 타결을 선언, 이들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했고, ‘FTA 허브’로서 역내 경제적 통합을 선도했다. 또 태국 총리로부터 수자원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확답을 받은 것도 큰 수확이다. 아울러 미일중러 주요 4개국 정상 모두와 대화를 나눈 것은 우리의 동북아 외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환기는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향후 아태지역이 우리의 정치ㆍ안보ㆍ경제에 미칠 영향은 사활적이다. 금번 정상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은 25년 전처럼 아태 번영의 새로운 25년을 견인하며 신국제질서의 핵심 축으로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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